마약사범 연락용 휴대폰 몰수는 위법?…대법 "불이익 지나쳐"

대법 "연락 수단 불과…범죄사실 모두 자백" 파기환송
"해외 거주 가족과 연락 수단…일상생활 필수적 물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마약사범이 연락용으로 사용한 휴대전화를 몰수하는 조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휴대전화는 연락 수단에 불과할 뿐 마약 교부와 투약 등 범죄 행위에 직접 쓰인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휴대전화 1대 몰수, 40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3월24일 부산 기장군의 주거지 앞에서 대마 2g을 택배를 통해 무상으로 교부받고 다음 날 새벽 주거지 베란다에서 1g을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같은 해 6월12일 인천에서 필로폰 약 0.07g이 든 주사기 1개를 무상으로 교부받고 이를 물로 희석해 왼팔에 주사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에 1, 2심은 징역 1년 선고와 함께 휴대전화 1대를 몰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휴대전화) 몰수로 인해 피고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가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횟수, 중요성 등 범죄와의 상관성·관련성에 비추어, 범죄와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된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 휴대전화가 가지는 인격적 가치와 기능이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 범행의 본질이 마약 수수와 흡연·투약 등인 만큼, 상대방과의 연락 수단으로 잠시 쓰인 휴대전화를 범행의 직접적인 도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A씨가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있어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도 봤다.

여기에 A씨가 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중국에 거주하는 아내와 딸 등 가족과 연락할 수 있고, 휴대전화가 A씨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휴대전화 1대 몰수 및 4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에 A씨는 "몰수를 선고한 압수된 휴대전화 1대는 범행에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된 물건이 아니고, 필로폰 수수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촬영된 사진이 이용됐을 뿐"이라며 휴대전화를 몰수하도록 명령한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는 등 취지로 항소했다.

2심 역시 "원심이 휴대전화를 형법상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으로 보아 몰수한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20년 2~3월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신저로 '우편으로 대마를 보내 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대마 수수 전날 '대마를 보냈다'는 메시지를 수신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필로폰 수수 직전인 2020년 6월12일 오후 1시35~47분쯤 인천 남동구에서 통화한 사실이 인정되고, 휴대전화로 대마 수수를 요구하거나 연락을 통해 필로폰을 수수했다"며 "휴대전화가 범행 수행에 실질적 기여를 한 물건으로 보기 충분하다"고도 봤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