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후임자 관여' 문자는 부패행위"…공수처 "충분히 협조"(종합)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vs "이미 소명자료 제출"
앞서 대면조사 두고도 '부적절·적법' 공방

지난해 11월10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를 하는 모습.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이기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문자메시지로 후임 공수처장 인선을 논의한 것은 부패행위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검토 결과가 나왔다. 공수처는 충분히 협조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처장과 여 차장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공직자의 인사청탁에 관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지난해 11월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후임 공수처장의 인사에 관여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후 권익위에는 해당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공수처장과 차장을 피신고자로 하는 부패신고가 접수됐다.

권익위는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가 부패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김 차장과 여 차장이 공수처장 후보를 두고 사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정 직무대리는 "문자 내용의 구체성과 중요성, 문자를 주고받은 장소와 시간 등에 비춰 피신고자들의 해명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직무대리는 "이번 신고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나 감독기관이 자체 처리하도록 사건을 이첩·송부할 수 있지만 기관장과 차장이 문제가 된 점을 감안해 권익위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또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구했지만 공수처가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면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정 직무대리는 "오늘 오전 10시 출석 요구에도 피신고자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수처는 입장문을 내고 "권익위에 이미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 충분히 협조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권익위는 관련 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 사건을 처리할 때 '피신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해 피신고자에게 의견이나 자료 제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두 기관은 지난달 28일에도 면담 조사 여부를 두고 맞붙었다.

당시 공수처는 김 처장과 여 차장에 대한 권익위의 면담 조사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피신고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으며 조사의 방법이 대면 조사라는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권익위는 "의견 청취는 서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출석과 의견진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권익위의 면담 조사 요구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맞받았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