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용, 이재명 경선비용 필요…'자발적 지출' 주장 객관적 자료 없어"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선 자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법원이 김 부원장이 받은 수수자금 중 일부가 실제로 경선에 사용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을 위한 정치활동 전개에 정치자금 필요하게 되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 요구했다"고 봤다.

유 전 본부장은 이를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남 변호사는 정민용 변호사를 거쳐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거들에 의하면 범행 시기는 대선 경선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해 정치자금의 필요가 있었던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경선 준비 소요 비용은 자발적인 자원봉사와 갹출로 해결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경선 대비 문건 내용 및 경선 준비 규모 등에 비춰볼 때 그와 같이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자발적 지출이 있었다면 그 구체적 분담 내역에 관한 자료가 다소라도 확인되어야 할 것이나 객관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총 6억원의 정치자금과 7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부원장에 대한 형량을 정하면서 "피고인이 수수한 정치자금은 경선 준비 등 공적 정치활동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법원은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및 추징금 6억7000만원을 선고했다. 보석이 취소된 김 전 부원장은 이날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방의회 의원 김용과 성남시 산하 공사 실세 본부장 유동규가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 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지자체 및 지방의회 의원의 직무 공정성 및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은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시장 선거일 직전 상대 후보 측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뤄지는 데에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지자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며 대장동 개발 사건을 겨냥하기도 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