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 용산경찰서장 첫 공판…청문회와 달랐던 증언 세가지
현장 출동 경찰 증인 출석, 이임재 전 서장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 증언
교통기동대 요청했지만 지시로 '기동대 요청' 수정하기도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첫 공판에서 이전 국회 청문회 때와는 다른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증언이어서 앞으로 진행될 재판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 전 서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청문회 등에서 △경찰 기동대 미요청 △잘못된 현장 도착 시간 작성 지시 △보고서 조작 등에 대해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 8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증인은 이에 대해 이 전 서장의 주장과 상반되는 증언을 해 향후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참사 보고서 '교통기동대 요청', 이임재 전 서장 지시로 '기동대 요청'으로 수정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인파 관리를 위해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통상 경찰 기동대는 경비기동대와 교통기동대가 있다. 경비기동대는 경비국 소속으로 집회시위나 대규모 행사 등에서 질서관리 등 경비업무를 담당한다. 교통기동대는 주로 교통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교통국에 소속된다.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이 전 서장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욱 용산서 112운영지원팀장(경감)은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하고 저한테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정 팀장은 "이태원 참사 사고 발생 보고서에 당초 '교기대(교통기동대) 요청'이라고 명시해 정리했으나, 이 전 서장의 지시에 따라 '기동대 요청'이라고 수정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경찰청 경비부의 연락을 받는 등 심리적 부담을 느껴 교기대 요청이라고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이 사고를 오후 11시가 넘어서 인지했다는 주장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21분 송 전 실장과 통화를 하긴 했지만, 통화 불량으로 사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팀장은 "10시35분쯤 여자 순경이 '이태원 가용경력 전원 지원바란다'는 지원 요청 무전을 듣고 급박한 상황인 것을 알았다"며 "(야외에서 근무 중이었는데도) 분명히 크게 들렸다"고 답했다.
다만 검찰의 '관용차 안에서는 잘들리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무전이 원활하진 않아서…(잘 모르겠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 허위보고 논란 일었던 서장 도착 시간…"현장 인식과도 차이"
정 팀장은 상위기관인 서울경찰청 및 경찰청에 보내지는 '이태원 핼러윈 현장 조치상황(1보)' 보고서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사고발생 2분 뒤로 기재된 경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은 참사 다음날인 30일 오전 대통령실에 보낸 상황보고 2보에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17분부터 현장 지휘를 했다는 내용을 넣어 허위보고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정 팀장은 "(상황보고 문건에 적힌)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이 주관적 인식과 차이가 있었다"며 "오후 10시17분은 (이태원 파출소 밖에서) 인파를 통제할 때인데, 이 전 서장을 못본 것 같아 의문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전 실장에게도 허위공문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제가 작성한) 2보에서는 시간을 뺐다"고 말했다.
해당 1보 상황보고 문건은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당시 용산경찰서 생활안전계 서무를 맡고 있던 최모 경위가 작성했다.
정 팀장은 '경찰관 경력과 경험에 비춰 이 문서가 서무 1인이 작성할 만한 문서냐'는 질문에 "서무 1인이 작성하기는 어려운 문서로 보인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 전 서장이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서 직접 상황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지적했으나, 이 전 서장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도착 시간 작성을)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임재 전 서장 및 송 전 실장 등 5명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6월12일 열릴 예정이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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