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태릉부지 이전 '솔솔'…국방위도 "서울에 있을 필요 있나"

부승찬 의원, 전날 국방위 현안질의서 '내려가야 한다' 지적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육참총장 등 육사 출신들 계엄 주도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80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화랑대의 별 행사는 재교생도들이 만든 별 중앙에 졸업생들이 소위 계급장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며, 임관장교들의 장도를 축하해주는 육사의 전통이다. (육군 제공) 2024.2.26/뉴스1

(세종=뉴스1) 조용훈 윤주현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38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대거 '12·3 비상계엄'에 관여하면서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국회의원은 "육사는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부 의원은 당시 비상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군인이 어떻게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냐"며 "육사는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사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에 관여된 사람이 전부다 육사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부 의원은 또 "'우리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며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며 "창피하지 않으냐"고 한탄했다.

육사 출신들의 이번 내란 모의로 서울 내 육사 부지의 당위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한 데 이어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을 줄줄이 조사하며 계엄 사태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해 '육사' 중심의 육군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수십년간 대부분의 육군 장성들을 배출하며 군의 핵심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나친 '육사중심주의'가 이번 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내란 사태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중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한 육사가 지나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군·공군 사관학교처럼 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해 '육사중심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거다.

더군다나 육사는 낙후된 시설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주변 환경으로 인해 생도들의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몇몇 정치인은 보다 넓은 지방으로 학교를 이전해 최신 시설에서 육사생도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왔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국방부에 따르면 김용현 장관은 이날 밤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이처럼 지시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을 건의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선 형식상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게 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장관 등 육사 출신 군인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며 육사 이전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육사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이 새롭게 개편되면 육사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50만㎡에 달하는 육사와 그 주변 일대는 2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 서울시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여러 차례 거론돼 왔다.

지난 정권에서도 육사 이전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태릉골프장 활용 논의와 동시에 육사 이전 문제가 검토됐지만, 초기 단계에서 흐지부지되며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육사를 논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육사를 경상북도 안동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육사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육사 부지를 곧바로 개발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새 정권이 출범해도 사업 완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군과 관련 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공군사관학교를 이전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정권이 바뀐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 지금 당장 이전 유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