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선배 내란 모의에"…서울 내 육사 태릉부지 당위성 '흔들'

비상계엄에 탄핵 정국 …내란 모의 여파에 육사 이전 '탄력'
수십 년 논의했지만 아직은…새 국면 맞이한 '육사'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80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육사 80기 임관장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인사들과 함께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육군 제공) 2024.2.26/뉴스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12.3 계엄 사태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들이 깊숙이 연루된 가운데, 서울 소재의 육사 이전 논의가 재점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육사 출신 군인들의 내란 모의 여파에 서울 내 육사 부지의 당위성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도 연달아 조사하며 이번 사태에 연루된 군인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해 '육사' 중심의 육군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수십년간 대부분의 육군 장성들을 배출하며 군의 핵심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나친 '육사중심주의'가 이번 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내란 사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중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한 육사가 지나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군·공군 사관학교처럼 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해 '육사중심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더군다나 육사는 낙후된 시설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주변 환경으로 인해 생도들의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몇몇 정치인들은 보다 넓은 지방으로 학교를 이전해 최신 시설에서 육사생도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장관 등 육사 출신 군인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며 육사 이전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육사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이 새롭게 개편되면 육사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50만㎡에 달하는 육사와 그 주변 일대는 2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 서울시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여러 차례 거론돼 왔다.

지난 정권들에서도 육사 이전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태릉골프장 활용 논의와 동시에 육사 이전 문제가 검토됐지만, 초기 단계에서 흐지부지되며 무산됐다.

윤 대통령 또한 대선 승리 이후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육사를 논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충청남도 또한 지역 발전을 위해 육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계획이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육사 이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는 이전할 계획이 없으며, 이전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도 없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육사 총동창회 또한 안보력 저하를 이유로 학교 이전에 반대했다.

충남도는 이후에도 육사 부지 이전을 주장했지만, 군의 극심한 반발에 동력을 상실했다. 지난 2022년 11월 열린 '육사 충남 이전·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군 관련 단체 등이 난입해 행사가 파행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내지 않으며 육사 이전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높아지고, 향후 탄핵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일련의 사태가 잠잠했던 육사 이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대선 때 육사를 경상북도 안동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육사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바로 육사를 이전하고 부지를 개발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탄핵이 확정되고 새로운 정권이 등장해도 사업 완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예상되는 군과 관련 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군사관학교를 이전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 지금 당장 이전 유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국방부에 따르면 김용현 전 장관은 이날 밤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이처럼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을 건의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선 형식상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게 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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