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제로에너지 의무화…늦춰보려다 '반대'에 결국 시행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급등한 공사비가 분양가가 오르며 집값을 밀어 올리고, 공급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만, 내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로 인해 추가적인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시행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최대한 늦춰보려고 했으나, 타 부처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4월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당초 올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해 내년 6월로 유예했다. 현재는 국조실의 규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수력·화력·원자력 등) 소요량을 현 설계기준(120kwh/㎡·yr)보다 약 16.7% 상향된 100kwh/㎡·yr로 줄여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신재생 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기준 강화에 따라 세대당 공사비가 약 130만 원이 추가(평당 5만 1000원, 25층·개별난방·84㎡ 세대 기준) 소요될 것으로 본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이보다 2배 이상은 늘어난다고 강조하며 추가 유예를 주장한다.

이 같은 간극은 '태양광 패널'의 설치 위치로 인해 발생한다. 옥상 공간에 설치할 때와 공간이 부족해 아파트 벽면에 설치할 때는 비용차가 큰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조사에서는 벽면 설치 사례를 반영하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계산보다는 많은 금액이 필요할 것"이라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비가 오른다는 건 좋지 않다. 추가 유예가 된다면 최고의 결과"고 했다.

국토부도 추가 유예에 대한 생각이 없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시기를 늦춰 내년 하반기 시행이라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경제관련장관 회의에서 추가 유예를 논의할 당시 여러 부처의 반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저탄소 녹색 성장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내년 중에서도 하반기 늦게 시행하려고 추진했으나 타부처의 반대도 있었고, 저탄소 녹색 성장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향성은 맞는다면서도 건설 경기 위축이 심각한 만큼 세부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우대빵연구소장)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결국에는 가야 할 방향"이라며 "다만 이제 막 자잿값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가 오를 요인이 된다는 건 좋지 않다. 미세 조정을 통해 최대한 인상 요인을 줄여줄 필요는 있다"고 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