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돌입한 윤 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첫 시험대

정부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14일 국무회의 처리 가능성
거부권 행사시 야당 거센 반발 전망…민주 "국민이 용서 안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미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집권 3년 차에 돌입한 윤석열 대통령 앞에 '채상병 특검법'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놓여 있다. 특검 수용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은 가운데 10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야당과의 협치 가능성이 사라지고 극한 대치 정국 속에 22대 국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이르면 오는 14일 열릴 예정인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된 채상병 특검법은 7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2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안이 처리되고 약 1시간 30분 만에 브리핑을 통해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 순직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이 아닌 경찰, 공수처의 수사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특검법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민간 사법기관에 넘어가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인데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 여러분께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할 것"이라며 "그것을 보고 만약에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라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후 총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4·10 총선 패배로 야당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채상병 특검법 수용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채상병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57%로 절반을 넘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2%.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야권도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1일 범야권 6개 정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정의당·진보당·새로운미래)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의 요구다"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민들이 지금 바로 특검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