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北 핵위협, 얼렁뚱땅 넘어갈 수없어"(종합2보)

7대 종단 지도자 오찬 "지금이라도 올바른 길로 나와야"
"정치권도 종교계 지도자처럼 국민·나라 위해 헌신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7명을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3.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북한의 핵(核) 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의 핵 포기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순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 또한 재차 천명한 뒤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남북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대북 경협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이다.

◇"核 가졌던 구 소련 어떻게 됐나" 북핵 포기 거듭 촉구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구 소련도 핵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 됐냐"고 반문한 뒤 "핵만 갖고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전 세계가 비핵화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을 가져봤자 되는 건 없고 고립만 초래할 뿐이다.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나라에 어느 나라가 투자하려고 하겠냐"며 "북한이 지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인사말에서도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안보위기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낭비하면서 국민 삶이 무척 어렵다"며 "북한이 새 정부가 제안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난 한반도 평화를 유지·증진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다"며 "그동안 종교 지도자 여러분이 민간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도움을 주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문호개방 등 올바른 선택을 하고, 국민 삶을 돌볼 수 있도록 보다 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부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도와주고, 기도로 나라를 지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핵실험과 관련한 대북(對北) 제재 문제에 대해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도 있고 하니 국제사회와 같이 논의하면서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찬에 참석한 종교계 지도자들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종교계 지도자들은 "북한이 도발 위협을 거둔다면 종교계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앞장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7명을 초청,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3.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지금은 경제위기… 정치권도 국민 외면해선 안 돼"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이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들 생활은 더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비효율적인 예산을 줄이면서 국정과제를 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종교가 축원하는 가치는 나눔·배려의 정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어려운 곳에 빛을 주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의 씨를 뿌리고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를 비롯한 정치권도 종교 지도자 어르신들이 한 것처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적 이익에만 매달려 국민의 문제를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내 모든 노력을 다 하고자 한다"며 "정치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어르신들의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진통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합의가 돼 (정부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자승 대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기돼 국정운영에 많은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국민이 우려했는데, 늦게나마 지난 일요일(17일) 여야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승 원장은 또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매우 뜻 깊게 들었다"며 "취임사 내용을 가끔 읽어보는데,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등 5년간 정부를 이끌어갈 대통령의 운영철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융성 속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고, 행복 속에서 경제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승 원장은 "종교 수장들을 대표해 (박 대통령이)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종단과 불교계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7대 종단 지도자 회동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찬엔 자승 원장뿐만 아니라 홍재철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대표회장,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임운길 천도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류정아 관광진흥비서관, 김 대변인이 배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