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루 전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반쪽짜리' 행사 전락(종합)

'日 대표 야스쿠니 참배 이력·추도사 조율 이견' 때문인 듯
유가족, 정부 관계자와 별도로 독립적 추도 행사 진행 예정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사도시=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정부가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최종적으로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해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경로를 통해 일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측의 반응에 대해선 "외교당국 간 상세 논의 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당초 우리 정부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정부 대표로 박철희 주일대사 등을 참석시킬 예정이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 11명도 추도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전날 정부 대표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참석시키로 발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또한 한일 간 외교 협의 과정에서 일측이 '성의와 진정성' 있는 조치로 보일 수 있는 '호응'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관계.ⓒ News1 DB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서 부담하는 상황에서 자칫 '행사 들러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는 지난 20일 추도식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유가족 11명 중, 건강상 이유로 막판에 불참을 결정한 2명을 제외하고 9명은 이날 오전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족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별도의 독립적인 추도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추도식 외에 예정됐던 사도광산 및 관련 시설 방문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추도식에 매년 불참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우리와 합의를 통해 약속한 '후속 조치'다.

당초 정부는 한일 합의에 따라 추도식이 매년 7~8월쯤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결과적으로 11월 말에서야 날짜가 잡혔다.

이번 추도식 개최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함에 따라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 개선 동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