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개선·복원' 본격화…尹 "소통 지속" 中 리창 "좋은 동반자"

한중 양자회담서 '외교안보 대화' 신설, 중단됐던 경제 협의도 재가동 합의
FTA 2단계 협상 재개·공급망 협력·사회문화·인적 교류 등도 힘 실어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영접하며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중 양국이 소원했던 양국관계의 '정상궤도 복귀'를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갖고 '한중 우호관계 지속 발전' 공감대에 기반한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먼저 "어떠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한중 양국이 소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그래야만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역내 평화·번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은 한국의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동반자가 되고 싶다"라며 "앞으로 한중 우호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상호 신뢰를 제고시켰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한중 양국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국제사회가 이른바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국가' 간 구도로 양분화되며 협력의 '접점'을 모색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기 한미·한일·한미일 밀착을 기조로 하며 대중관계는 상대적으로 멀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해엔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 간섭' 논란 발언,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인터뷰 내용에 중국이 반발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한중일 정상회의(27일) 개최를 계기로 한중 외교 당국 간 소통이 활발히 이어져 왔고, 최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에 따른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로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이 구체화됐다.

이러한 의지는 양국 간 '소통의 끈'을 이어가자는 정상급 합의로 이어졌다. 한중 양국은 이날 회담을 통해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해 6월 중순에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외교부에선 차관이, 국방부에선 국장급 고위관료가 참석하는 '2+2' 방식이다.

양측은 '개점휴업' 중이던 한중 고위급 협력체도 재가동하기로도 뜻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화상 회의 후 중단된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재개하고 한중 1.5트랙(반민·반관)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러한 협의체 신설과 대화 채널 재가동을 통해 우리로선 북한 문제, 중국으로선 대만 문제라는 양국 간 '갈등 사안'을 외교의 틀 안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3국 협력에 힘을 싣고 있는 우리로선 양국 간 불필요한 오해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양측은 경제협력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13년째 중단된 한국의 산업부, 중국의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인 '한중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재개하기로 했다.

한중 FTA에는 내년이면 체결 10주년을 맞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그간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화를 넘어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개방 교류를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급망 분야에서도 우리 산업부와 중국 산업부 간 대화체인 '한중수출통제대화체'를 새로 출범시켜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공급망 협력조정협의체와 '공급망 핫라인'도 적극 가동하기로 했다.

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협력, 그리고 양국 경찰 기관 간 협력도 한층 강화된다. 그중에서도 '미래세대'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류사업도 다시금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날 회담의 결과를 보면, 한중은 일단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민감한 안보 사안 대신 경제·고위급 대화·인적교류 등 일종의 '연성' 사안부터 시작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 문제, 역내 평화 문제, 남중국해·동중국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개별적으로 (사안별로) 나눠서 구체적인 대화를 한 건 아니다"라며 안보 사안은 27일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확인했고 모멘텀 형성의 첫발을 뗀 것"이라며 "큰 어려움이 없는 경제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행보를 적극 저지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리 총리의 답변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번 회담을 보도하며 '한반도' 사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따로 전하지 않았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