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비문은 시민단체에 전달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 문구 쓰인 동판 훼손 없어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공원의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가 완전히 철거된 모습.(아사히신문 보도영상 캡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공원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가 완전히 철거된 가운데 비문은 훼손되지 않고 시민단체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1일 헬리콥터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추도비가 설치됐던 곳은 이제 완전히 분해돼 콘크리트 잔해물이 가득 쌓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추도비는 지름 7.2m의 원형 콘크리트 받침에 가로 4.5m, 세로 1.95m의 콘크리트 비석, 비석 앞면에 붙은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 문구가 한국어·영어·일본어로 쓰인 동판으로 구성됐었다.

군마현 측은 철거를 앞두고 비석 앞면의 동판과 비석 뒷면에 있던 추도비 설립 취지를 설명한 다른 동판, 그리고 별도의 안내판 등 3개는 따로 떼어내어 이 추도비를 세우고 관리해 온 시민단체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달된 날짜는 철거가 시작된 지난달 29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민단체와 군마현 사이 의견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 쪽에선 추도비를 다시 세울 적절한 대체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추도비를 적절한 부지로 이전하는 것이 우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비는 지난 2004년 '정치적인 행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세워졌다.

이후 시민단체는 매년 추도비 앞에서 추도제를 열어왔는데 지난 2012년 한 행사 참가자가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의 진상규명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 등의 발언을 내놓자 이를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군마현 당국은 지난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는 군마현 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결국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