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감액 예산안 통과 '손 묶인 여당'…계파 싸움엔 '진심'
탄핵 정국 속 원내대표 선거…한동훈 축출 시나리오까지
- 조현기 기자,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김경민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국민의힘이 내년 예산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여당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계파간 주도권 싸움이 격화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국회는 1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넘긴 지 8일 만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677조 3000억 원으로 정부안인 677조 4000억 중 4조 1000억 원이 줄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끝까지 자신들의 몫을 챙기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1조 원을 요구했다"며 "민생이 희생돼도 이재명 대표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국민 겁박용 예산안 처리"라고 비판했다.
삭감된 예산안은 세부적으로 △예비비 2조 4000억 원 △국고채 이자 상환 509억 원△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 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 원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 △감사원 특경비 45억 원 △감사원 특활비 15억 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 원 등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감액안보다 2조 1000억 원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역시 마지막 협상에서 감액된 예산 중 1조6000억 원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00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8000억 원을 증액하자고 제안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상 첫 감액 예산안 통과는 여당이 직면한 위기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일주일 동안 당 내부적으로 탄핵 정국 극복 방안에 대한 이견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리더십의 한 축이었던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후 내홍은 더 심해지고 있다.
4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회동을 통해 친윤(친윤석열)계 5선 권성동 의원 추대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는 즉각 "중진 회의가 (원내대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 친윤계에서 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원내 쿠데타' 움직임 보도까지 나오며 당내 혼란은 악화 일로이다. 일부 당원들은 현재 친한계 중 '약한 고리'로 꼽히는 장동혁 최고위원를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장이 커지자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서 "다툼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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