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 분할 때 모회사 주주 보호…與, 자본시장법 개정안 낸다

늦어도 내달 1일 발의…상장 기업 간 합병 시 수익 등 실질 가치 반영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심사 기간 '무제한'으로…野, 상법 개정안 대응책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박승희 기자 =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응해 여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개정안은 주권상장법인 간 합병 시 기존의 가액 산정기준이 아닌 주식 가격·자산 가치·수익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상장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줄기로 한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옥죄지 않으면서, 두산밥캣·LG에너지솔루션 등 소액 주주의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핀셋 규제'의 형태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조만간 일반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법안은 늦어도 다음주 초에 발의된다.

그간 당정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해 왔다. 이달 중순에는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정부안을 들고 국회를 찾아 여당과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토대로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뉴스1이 입수한 정부안에 따르면 기존 자본시장법 165조의4엔 '주권상장법인이 합병할 경우 가액은 주식 가격, 자산 가치,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된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법인 간 합병 시 합병 가액은 이사회 결의일 또는 합병계약 체결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가중산술평균 하여 산출하는데, 이같은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고 실질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합병 결의 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협의가 불발될 경우엔 실질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한다.

또 '이사회는 합병 결의 시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하고, 합병의 목적이나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에 대한 '이사회 의견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상장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기업공개(IPO) 주식의 20% 이내에서 자발적 우선배정도 허용한다.

상법 제418조에 따르면 제3자에 대한 신주 배정은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되나,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도 물적분할 후 상장된 유망 사업 부문의 가치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심사도 강화한다. 현재는 물적 분할 후 5년 이내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보호 노력 후 미흡한 경우에 한해 상장을 제한하나, 앞으로는 기간과 관계없이 심사한다. 현물출자 등 물적 분할 우회 방식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으로 심사하는 내용이 담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바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에 더해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옥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도 두산밥캣 등의 사례를 막을 '핀셋 규제'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로선 여야 간의 합의 가능성이 어느정도 존재한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 내에 해내겠다"고 밝히면서도 ""경영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시행되면 상법 개정은 굳이 안 해도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