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가위바위보" 野 상임위 운영에…"개그콘서트냐" 탄식

정청래 "국회법 공부하고 오세요"…최민희는 귓속말 기싸움
전문가 "정치 내전 상태…상호 존중하고 객관성 유지해야"

국회의사당.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 상임위원장이 독단적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여야 극한 대치 탓에 정치가 실종되고 상임위가 희화화 될 수밖에 없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4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방송4법 상정에 항의하는 재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라며 호통을 쳤다. 같은 달 21일 해병대원 입법 청문회에선 증인의 답변 거부와 태도를 문제 삼아 10분 간 퇴장 명령을 반복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1차 청문회에선 "곽규택 의원이 저를 계속 째려보고 있어 의사진행을 하기 상당히 불편하다"며 "5분간 계속 쳐다본다면 질서를 어지렵혔다고 판단해 국회법 145조 2항에 의해 퇴장시키겠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현장에서 "본인 기분 나쁘다고 해도 너무 한다"며 정 위원장을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의 일방적 탄핵 청문회 강행과 관련 "불법적 요소가 있고 소위 코미디처럼 진행되는 청문회에 국회의원들이 출연자가 돼서 개그콘서트 하듯 하면 안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감정 싸움이 있었다. 민주당 재선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 발언 하실 분을 파악하겠다. 둘 중에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겐 귓속말로 "본인과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속삭이며 기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의 상임위 진행에 강성 지지층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본회의 수문장'으로 통하는 법사위를 포함해 주요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이 맡아 중점 추진 법안이 번번이 가로 막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엔 "아침에 모든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청래의 속 시원한 말" "법사위 정청래 잘한다" "역시 정청래 멋있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 효능감에 감동 정청래 최고" "최민희 의원 진짜 최고 저런 깡을 원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한 통상적인 제재가 아니라 과도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대한민국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엔 "국회가 갖춰야 할 품위를 잊고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취지로 정 위원장에 대한 해임 요청 청원도 올라왔다. 이날 오전 기준 법사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넘어 동의가 9만여 건에 육박한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가 민주당의 정쟁용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청문회는 공직자가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호 대변인은 "법사위에선 또 터무니없는 특검법 남발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법치 제도를 짓밟는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거부권 정국 심화로 협치가 아예 실종된 데 따른 대결 정치로 인한 촌극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한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우리 정치는 내전 상태"라며 "여야 극한 대치가 불러온 참극"이라고 진단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최대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며 "상임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사회자로서의 권위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람직하지 못 하다"며 "서로 존중하고 관용의 정신으로 대하며 자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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