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10개월만에 준공된 성천 공장 방문…김일성 정책 비판도(종합)
올해 2월 착공한 성천군 공장…10개월 만에 준공
김일성 지방정책 '창성연석회의·사회주의농촌 테제' 지적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0개월 만에 착공된 성천군 지방공업공장을 방문해 올해 경제 부문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선대인 김일성 주석의 지방공업정책이 "뚜렷한 목표와 단계별 계획, 기준, 방법론이 없어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지방발전 20X10정책'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지난 20일 성대히 진행됐다"라면서 "지방발전 정책 첫해 과업이 빛나게 완결돼 전국의 20개 시·군들에 수십 개의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들이 훌륭하게 일떠섰다"라고 보도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시된 정책으로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 성천군은 지난 2월 처음으로 착공한 공장이며, 착공 당시에도 김 총비서가 현장을 찾았던 바 있다.
이날 김 총비서는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창성연석회의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방공업 정책이 관철되지 못하였는가"라면서 "그 중요한 원인은 지방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 뚜렷한 목표와 단계별 계획, 명확한 기준과 과학적인 방법론이 없이 진행돼 온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몇 개의 시·군에 어떤 공장들을 어떤 수준에서 건설한다는 똑똑한 목표와 기준이 없이 지방 자체로 제각기 진행돼 공장 수를 늘이는 데만 집착하는 폐단들을 막을 수 없었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공장은 없고 불필요한 공장은 생겨나는 비정상적인 후과까지 초래됐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창성연석회의이후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계속 확대돼 1980년에는 공장 수가 거의 4000개로 늘었지만, 건물 상태와 기술 수준은 둘째치고라도 해당 지역의 경제 지리적 조건과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 이용할할 수 있게 꾸려진 공장은 불과 몇 개 되지 않았다"면서 "실지 인민들이 응당한 덕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창성연석회의 1962년 8월 7일과 8일 김 주석의 주재로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열린 지방당 및 경제일꾼 연석회의로, 김 주석은 이 회의에서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며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 생활을 훨씬 높이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때부터 북한은 창성군을 지방경제 발전의 본보기로 내세웠는데, 이날 김 총비서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면서 자신의 정책은 다르다고 강조한 셈이다.
김 총비서는 이날 1964년 채택된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가 관철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또한 "우리 농촌이 좀처럼 추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방공업이 조락된 원인과 본질상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에 대해선 "이(정책이) 제시된 후 나라의 농업을 확고한 상승단계에 올려세우고 사회주의 농촌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투쟁이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 힘 있게 전개되어 짧은 기간에 의미 있는 성과들이 달성되고 있다"라면서 자신의 정책을 자찬했다.
이어 "우리는 빈말 공부 질만 하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지난 시기 창성연석회의와 농촌 테제에서 제시된 과업 집행에서 허풍을 치고도 무난하던 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총비서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들을 돌아봤다. 기름생산실·간장·된장생산실·밤졸임생산실·빵생산실·음료생산실·비누생산실·목재가공작업반을 비롯한 식료공장과 일용품공장의 여러 생산공정도 돌아보고 시험적으로 생산하고 중인 제품들의 가짓수와 질적 수준을 점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소주나 된장, 배단물, 비누 등을 직접 만지고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비누는 직접 코에 가져다 대면서 냄새를 맡기도 했으며 각종 자재의 포장지까지 점검하는 듯했다.
이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리일환·박태성·오수용 당 비서, 리병철·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이 김 총비서를 수행했다.
이날 김 총비서는 "현대적인 새 공장들을 이 고장의 주인들에게 안겨주게 됐다고 생각할 때 지방 인민들에게 항상 송구했던 마음도 다소 풀리는 것만 같다"면서도 "지방공업 공장들에서는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업'과 '건설에서의 속도보다 질이 우선, 질제고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 지방공업정책의 실패 요인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었다"면서 "지방정부와 민간 주도가 아닌 중앙 정부 주도의 경제건설이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촌재건과 지방발전은 현재는 물론 향후 상당 기간 김정은 정권의 민생과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핵심정책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김 총비서 연설은 단순한 경제적 접근을 넘어 주민들 삶의 질 개선과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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