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장 대신 팬시한 상점으로"…현대화·고급화되는 평양 소비문화
평양에만 200여개 상업시설 운영…판매 방식·인테리어 등 시장과 차별화 지속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낡고 오래된 이미지'의 시장과는 차별화된 '팬시한'(세련된) 국영상점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국영 상업망의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황주희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11일 통일연구원의 북한도시포럼에서 발표한 '노동신문으로 본 김정은 시대 평양의 상업공간 이해'에서 평양을 중심으로 한 북한 상업 시설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1990년대 이후 시장을 통해 소비품 공급이 주로 이뤄지던 북한에서 2010년 이후 백화점, 편의점 등 새로운 유형의 국영상점이 생겨나면서 유통시장 환경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이 "국영상점을 개건, 현대화하면서 세련된 상업시설로 특화시키면서 그 자체가 북한 주민에게 유인책이 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평양시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국영상점만 2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르면 상점의 인테리어를 시장과는 차별화되게 '팬시'(fancy)한 이미지로 바꾸고 판매방식도 고객이 요청하면 판매원이 해당 물품을 꺼내주는 방식에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고르는 '쇼핑'의 방식으로 달라졌다. 일부 상점은 전산화가 이뤄져 카드 결제도 가능해졌고 편의점 형식의 '황금벌 상점'도 생겼다.
제품의 질 개선도 국영상점을 찾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황 연구위원은 "식료품의 경우 중국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산화됐다"며 탈북민의 증언을 인용, "상점은 시장보다 가격이 조금 높지만 국산품이 많고 질 좋은 상품들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찾는 주민이 많다"라고 전했다.
백화점 상권도 부활하고 있다. 백화점 내 중국 수입품이 주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북한산 물건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생산 정상화로 수요만큼 물품 공급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황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또 북한이 전시회, 평가회 등을 백화점이나 종합 상점에서 개최하는 것도 주민들의 유입을 자연스레 확대하고 백화점이 유통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도록 만들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종합시장과 국영상점은 경쟁적 구도로 운영되었는데 김정은 시기 국영상점은 현대화, 고급화 전략으로 종합시장과는 차별되는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상점의 활성화는 국영 유통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정은 시기 경제 개혁 조치가 체제 내구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계획·통제, 시장의 상생이라고 볼 수 있으며 경제 개혁적 요소가 사회적으로 안착되면서 보여지는 제도 변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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