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동계 포섭나서나...울산 노동계 '술렁'

</figure>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 당시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현장을 찾아 철탑에서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12.10.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신당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진영이 최근 노동계를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울산지역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가 아직 1년여나 남은 상황이어서 그 동안 노동계가 주도해온 울산 야권연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역 야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안철수 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25일 수습 노무사들의 모임인 '노동자의 벗' 강연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보다 보수에 가깝다고 하는 생각은 가공적인 개념"이라며 "신당을 통해 (진보라는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보는 게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내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문제"라며 "안 의원의 정치 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 문제가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예비 노무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강연인데다 안 의원이 그간 ‘탈이념’과 ‘중도’에 방점을 찍어온 점을 고려하면 노동중심의 신당 창당에 대한 뉘앙스를 가득 풍긴 최 교수의 이날 발언은 혼자만의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문제에 적잖은 관심을 보여 온 안 의원의 그간 행보와 울산에서는 실제로 안철수 진영과 노동계 일부의 결합움직임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진행돼온 점을 고려하면 쉽게 간과할 수만은 없다.

안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예비후보 시절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철탑 농성이 시작되자마자 현장을 찾기 위해 예정에 없던 울산행을 선택할 정도로 노동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보궐선거를 통해 의원이 된 후에는 수석보좌관에 이수봉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을 앉히기도 했다.

때문에 노동계가 지역 야권을 주도해온 울산의 정치판도에서 안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화될 경우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안철수 진영에 가장 크게 관심을 보여 온 노동계 세력은 ‘진보정의당’이다.

진보정의당의 경우 이미 중앙에서부터 제2창당과 관련해 안철수 세력과 규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지역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친 창당 관련 토론회를 통해 그 같은 이야기들이 논의가 됐었다.

비록 안 의원이 큰 표 차로 승리한 노원 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 그러한 목소리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아직 제2창당이 진행 중이고 안철수 진영 내부적으로 노동계 포섭 움직임이 있는 만큼 향후 진행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울산 진보정의당 한 핵심 관계자도 28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달 1일 지리산에서 창당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데 그 때도 안철수 진영과의 관계모색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이영희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울산 북구 총선 등에서 노동계 후보로 나선 바 있는 이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울산지지모임인 ‘울산내일포럼(상임대표 진영우)’ 창립과정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5월17일 부산에서 열린 포럼 간담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이날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안철수 진영에서 러브콜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언론을 통해 자주 소식을 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안철수 진영이 현장에서 발로 뛰는 조직이 없어 지난 노원 병 보궐선거에서 이수봉 전 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이끄는 현장조직들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진영의 이 같은 노동계 포섭움직임에 대해 복수의 울산내일포럼 핵심관계자들은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신당 창당 전 세력을 규합하는 단계로 각 단위들의 결합이 진행 중”라며 “노동계도 그 단위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지역 노동계 관계자들은 "비록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이 이미 탄탄한 조직력을 갖고 있지만 지난해 분당 후 지역 노동계에는 부동층이 많이 있어 안철수 진영의 노동계 포섭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만 안철수 진영이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창당 작업에 나서고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에서도 안철수 진영의 노동계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며 “그럴 경우 북구나 동구 등 상대적으로 노동계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야권연대 후보단일화가 더욱 치열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lucas0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