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기적' 부녀는 희소병 이겨낼까…딸 위해 국토대장정

듀센근이영양증(DMD) 딸 위해 부산~서울 740㎞ 행군
치료제 46억, 유튜브·인스타그램으로 '46만 명 함께 걷는 길' 도움

희소병인 듀센근이영양증(DMD)에 걸린 사랑이.(SNS 캡쳐).2024.11.20/뉴스1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아빠는 너랑 계속 걸어갈 거야. 성인이 될 때까지. 사랑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려 740㎞. 하루 10시간의 고된 행군을 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세상에 몇 없다는 희망을 품고 고난을 이어가고 있다. 어째서 그는 이런 고난한 여정을 시작한 것일까.

그가 국토대장정을 하는 이유는 희소병에 걸린 딸에게 희망을 주고 후원을 받기 위해서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전요셉 목사(34)에게는 2021년에 태어난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이 있다. 딸의 이름은 사랑이. 사랑을 많이 받고 많이 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사랑이가 태어나고 그가 운영하는 교회에서 함께 부르는 찬양, 식사 시간 왁자지껄했던 그 모습이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하루였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들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올해 5월 사랑이에게 듀센근이영양증(DMD)이라는 희소병이 찾아온 것이다.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의 회복과 재생을 돕는 종류의 단백질이 나오지 않아 근육이 점점 소실되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10살 때 걷는 능력을 잃고, 20세부터 호흡기를 끼고 20~30대에 호흡기 근육 부족으로 심정지에 걸릴 수 있다. 이 병에 걸릴 확률은 5000만 분의 1로 주로 남자아이들에게서 관찰된다.

국토대장정 중인 전요셉 목사.2024.11.20/뉴스1 이재규 기자

딸이 희소병에 걸린 날부터 전 목사의 가정에 어둠이 찾아왔다. 사랑이가 저녁마다 "아빠, 나 다리가 너무 아파"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버지의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만 3세. 두 발로 걷고, 점프하고, 어쩌면 킥보드도 탈 수 있는 건강한 나이. 사랑이는 기우뚱하게 걷고. 계단과 난간을 오르지 못해 부모의 손을 잡고, 내려올 때는 앉아서 기어 내려온다. 먼 길을 갈 엄두도 못낸다. 어쩔 수 없이 갈 때면 이들은 꼭 유모차를 챙겨 나간다.

희소병 해결 방법을 찾던 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서 효과적인 유전자 치료 방법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 치료제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3~4년의 시간이 걸리고 4~5살에 치료받아야 효과가 좋아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6살 이후에는 많은 근육세포가 이미 죽어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전 목사의 가족은 일단 미국행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제의 가격이었다. 330만 달러로 한화로는 약 46억 원이다. 일단 전 목사 가족은 신학교에 유학비자를 신청했다.

그리고 비용에 대해 고민하던 전 목사는 딸을 위해 이 사실을 국내에 알리고 46만 명에게서 1만 원씩 후원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5일 부산에서부터 740㎞의 대장정을 시작해 14일 째인 20일 청주에 왔다.

전 목사는 사랑이를 돕는 '46만 명이 함께 걷는 여정'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사랑이를 후원하기 위해서는 SNS에 있는 계좌를 통해 입금하면 된다.

국토대장정 중인 전요셉 목사.2024.11.20/뉴스1 이재규 기자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