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앞두고 쓰러진 뒤 뇌사…4명에게 새 삶 선물한 故 이영주 교감(종합)
평소 장기기증 의사 밝혀…어려운 이웃 위해 20년 동안 후원도
온라인 추모공간서 제자들 추모 이어져…서거석 교육감도 애도
- 임충식 기자, 김규빈 기자
(무주=뉴스1) 임충식 김규빈 기자 = 한 50대 교사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상태에 빠졌던 무주고등학교 이영주 교감(57)이 지난 11일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이 교감은 장기 조직뿐만 아니라 연골, 뼈 등 인체조직도 기증, 100여 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었다
이 교감은 지난 7일 교장 승진 연수를 가기 위해 집에서 짐을 챙기던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뇌사 소식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선택을 했다. 평소 고인이 가졌던 뜻을 따르기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 고인은 자신이 죽으면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장기기증을 못 한다면 시신 기증을 통해서라도 의학 교육과 의학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자주 전했다고 알려졌다.
장기기증 결정은 고인의 삶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군산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 교감은 늘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돕기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년 넘게 후원을 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학교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한 스승이었다. 이 교감은 평소 학생들을 자식처럼 아꼈다. 특히 생활이 어렵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마음을 많이 쓰는 교사였다는 게 동료들의 설명이다.
중·고등학교에서 35년간 영어 선생님으로 교직 생활을 했던 고인은 3년 전에 교감이 됐고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이라는 말은 끝내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군산시에 마련된 빈소에는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늘 자상했던 스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한 제자들로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무주군수와 무주교육장, 군산교육장 등 교육 선후배들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온라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그를 애도하는 제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한 제자는 "찾아갈 때마다 매번 밥을 사주시던 선생님. 이번 스승의 날에는 제가 대접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제자는 "선생님 덕분에 졸업할 수 있었는데 그간 못 뵀던 게 너무 한이 됩니다. 가르쳐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참 좋은 선생님 한 분을 잃었습니다. 영정 시진 속 고인의 크고 맑은 눈빛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인은 워낙 부지런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분이라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고 합니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삶을 이어갈 것입니다.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라며 슬퍼했다.
이 씨의 아들 겨레 씨는 "떠나시는 날 많은 분이 아빠를 위해 울어주셨어요"라며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제는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행동할게요. 감사합니다. 너무 사랑합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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