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왕관 건네는 尹'…제주서 계엄·탄핵정국 풍자화 걸려(종합)
제주 청년작가 4명 그림 4장 설치…동사무소 "철거 예정"
- 강승남 기자,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고동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왕관을 물려주는 그림이 제주시내에 내걸렸다.
9일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정국 등 일련의 사태를 풍자한 대형 그림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그림을 건 이들은 김승민·현유정·김강훈·김정운 작가 등 제주 청년작가 4명이다. 이들은 전날(8일)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각자가 그린 작품 1개씩 걸었다.
'계엄' 깃발을 든 윤 대통령이 말을 타고 달리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끌려가는 모습이다. 이 그림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있다.
또 다른 그림은 윤 대통령, 김 여사, 한 대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벌거벗은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한 대표에서 왕관을 전달하는 그림도 있다. 마치 대관식을 연상케 했다.
나머지 한 그림은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이 모여 큰불을 만든 모습을 표현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조차 성사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사태는 권력의 욕망으로 동족 살해의 거대한 폭력이 내재한 끔찍한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회에 나가니 어린아이들이 목청 터지게 구속하라, 탄핵하라를 외치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주실 분들이 있으면 같이 뜻을 모아달라.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시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제주시청과 관할 동사무소는 그림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관련 법상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다른 곳에 설치한 현수막은 불법 현수막이다. 그림들을 현수막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보더라도 별도의 신고없이 인도에 설치했기 때문에 '노상 적치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현수막이나 노상 적치물 모두 '철거' 대상이다.
집회 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된다. 현수막 개수 제한이 없고 집회 신고 기간에는 집회가 실제 열리지 않더라도 단속 규정이 불명확해 철거도 쉽지 않다. 그림이 걸린 장소는 윤석열 퇴진 촉구 제주 집회가 열리는 곳과 지척이다.
하지만 이들 그림은 집회 용품으로 신고는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당 그림 설치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고 있고, 어떤 법률을 적용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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