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IC칩 141억원어치 중국 밀수출' 4명 구속 기소

전략물자 '국제수출통제' 피하려 세관에 허위 신고

검찰. 2019.9.19/뉴스1 ⓒ News1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미국 반도체 제조사가 만든 141억 원 상당의 반도체 IC(집적회로) 칩을 중국으로 빼돌린 일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경택 부장검사)는 21일 배임수재,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미 IC칩 제조업체 국내 유통대리점 이사 A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우선 구속 기소한 불법 수출업체 대표 B 씨 등 2명에게 배임증재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B 씨 회사와 IC칩 국내 유통업체 등 법인 2곳도 불구속 기소했다.

A 씨 등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미 제조업체로부터 수입한 IC 칩 9만 8000여 개(141억원 상당)를 견본품으로 위장, 세관 신고 없이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IC 칩 중 군용 무기 개발·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전략물자'로 지정돼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 의한 수출 통제를 받는다. A 씨 등이 중국에 밀수출한 IC 칩 역시 통신 기지국·중계기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데다, 군용 레이더, 위성통신 등에 쓰일 가능성도 있어 전략물자로 지정된 품목이었다.

게다가 외국 제조업체로부터 IC 칩을 수입한 국내 업체가 이를 다시 제3국에 수출할 경우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범행 구조. (수원지검 제공) 2024.11.21/뉴스1

이런 가운데 A 씨 등은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IC 칩이 아니라 반도체 소자를 수출하는 것처럼 세관 당국에 허위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허위 수출 신고 내역을 바탕으로 밀수출 대금을 계좌로 받고, 일부 대금은 중국 환치기상을 통해 현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등은 미국의 수출통제 등으로 중국 업체가 IC 칩을 직접 구매할 수 없거나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점에 착안해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작년 12월 관세청 서울세관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대대적 수사를 통해 국내 유통업체와 개발업체, 밀수출 업체 간 구조적 비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 씨 등의 범죄 수익 가운데 35억여 원에 대해 추징보전 명령을 받아 범죄수익을 동결했다고 부연했다.

검찰 관계자는 "첨단산업 보호 중점 검찰청으로서 앞으로도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전략물자 밀수출 관련 구조적 비리 엄단에 힘쓰겠다"며 "범죄수익 박탈을 통해 범죄 동기를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