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세력 때문" 여친 살해 50대에 유족 "우리 엄마 너무 고통" 오열

항소심서 검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 구형
피고인측 '심신미약' 주장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지금도 피고인이 매일 꿈에 나타나 저희 엄마를 죽인다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검찰이 14년간 교제하며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무참하게 살해한 50대에게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0일 수원고법 제2-3형사부(고법판사 이상호 왕정옥 김관영)는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2.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2022년 12월25일 새벽, 잠이 든 여자친구를 흉기로 잔혹하게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숨진 여자친구는 2008년부터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사이였다.

1심에서 A씨는 범행 동기로 숨진 여자친구가 동사무소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줄 알았다가 호프집에서 남성 손님들의 술시중을 드는 일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는데, A씨측은 2심에서 '심신미약'과 관련해 강하게 범행동기를 피력했다.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A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변호인은 A씨에게 "범행 전날 피고인을 죽이려는 어둠의 세력이 왔다"는 환청을 들었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했다.

A씨는 "숨진 여자친구가 나에게 당신은 어둠의 세력 때문에 내일 죽을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어둠의 세력이 여자친구를 '죽여 죽여'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여라는 환청이 들릴 때 섬광이 번쩍번쩍 빛나면서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범행 후 종교집단에 끌려갈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를 제보하겠다며 상암동 한 방송국으로 간 후 이어 택시를 타고 경기 시흥 정왕동, 이천, 남양주 별내, 동대문역을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서울 동묘역 근처의 여관에서 어둠의 세력에게 잡히면 처참하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커터칼로 자해를 수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측은 피고인 신문에서 A씨가 과거에 환청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A씨에게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왜 버렸냐"고 물었고, A씨가 "쫓기고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휴대전화가 노출되면 다른 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생각해 버렸다"고 답하자 검찰은 재차 "심신미약 주장하면서 주위사람들 걱정할 정신은 있었냐"고 강하게 따져물었다.

검찰은 "범행이 잔인해 원심형대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달라"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범행 동기 부분이 가장 심리돼야 한다"면서 "피고인의 진술은 꾸며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또 범행 후 방송국을 찾아간 행동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행동"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도 "용서를 비는 자체가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고인이 된 피해자에게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명복을 빌겠다"고 했다.

이날 피해 여성의 자녀들도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진술 할 기회를 줬다.

B씨의 딸이라고 밝힌 유족은 "돌아가신 저의 엄마가 피고인으로 인해 너무 많은 고통을 받으셨고 고생하셨다. 저 또한 피고인의 어머니에게 욕설과 폭언을 듣고 살았다.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흐느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은 오는 30일 열린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