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동영상에 접촉 시도까지”…성폭력 시달리는 돌봄노동자들

경기여성가족재단의 면접조사서 각종 고충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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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옷을 벗은 여성이 나타나는 동영상을 보여 준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져달라고 하기도 한다"

재가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 등 경기지역 여성 돌봄노동자들이 이용자로부터의 성희롱 등 성폭력과 폭언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과 폭언은 물론 인권과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응할 세부적인 규정 마련과 함께 이용자에 대한 제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경기도 여성 돌봄노동자의 노동실태와 개선 방안 : 직무환경 및 건강실태를 중심으로’(올 8월31일 발간) 제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돌봄노동자의 개인정보보호 및 비밀보장 등을 약속했고, 이에 동의한 21명만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러 돌봄노동자가 성적 폭력을 경험했는데 가해자는 대부분 성인 남성 이용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노동자 A씨는 “편마비 (요양등급) 2등급 어르신인데 자꾸 이것(성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했다”며 “기저귀 케어를 할 때마다 그렇게 했는데 제가 ‘경찰에 잡혀가요’ 하면 조용하다가 다시 그런 (성희롱성) 얘기를 했다”는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돌봄노동자 B씨의 경우 “저는 (성희롱 피해) 경험이 많았다. 심장이 떨려서 청심환을 먹어도 계속 병이 생겼다”며 “(한 노인은) 여성 나체사진을 2인용 식탁의 제가 앉는 자리에 스크랩해서 유리 사이에 끼워놓기도 했고,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도록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옷을 벗은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돌봄노동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신체접촉까지 시도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돌봄노동자 C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약간 이상한 그림이나 옷을 벗으면서 여성이 나타나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또 어깨를 마사지해주겠다며 (저의) 옆으로 오려고 해서 피한 후 신체접촉 거부 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는 과거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성폭력 이외에 “(이혼 서류에 보증인으로) 해드릴 수 없다고 하자 이용자가 화를 냈다. 너무너무 떨렸다” “남성 어른이었는데 말끝마다 (그 분 입에서) 욕이 나왔다” “치매 어르신이 폭력을 쓸 때가 있는데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다” 등 폭언·폭행 경험을 밝힌 돌봄노동자들도 있었다.

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돌봄서비스 노동자는 주로 이용자의 집으로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집이 곧 근로 장소가 된다”며 “이는 이용자의 폭력과 부당한 요구 및 행태 등 여성 돌봄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침해에 취약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돌봄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성적 폭력과 폭언·폭행 등 각종 폭력 피해를 비롯해 인권과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받는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 마련 및 안내가 필요하다”며 “특히 성인 이용자에 한해 성범죄 경력 등 최소한의 범죄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이용자에 대한 제재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