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부모 다수는 반월·시화산업단지의 성실한 근로자"
주민들 "강남 학교였으면 정부가 이 정도 대응했겠나" 분통
[세월호침몰]
- 이상휼 기자
(안산=뉴스1) 이상휼 기자 =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저녁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단원고 1·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등 인근 학교 학부모 수백여 명이 동참한 촛불 기원제가 열리고 있다.이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한 손에는 촛불 대신 스마트폰 후레쉬를, 한 손에는 ‘배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란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실종자 학생들의 전원 무사귀환을 기원했다.2014.417/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figure>"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당한 학부모들 다수가 안산·시화스마트허브(옛 반월·시화산업단지)에 다니는 근로자들로 평범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착한 소시민들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학교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이렇게 늑장대응을 했겠습니까?"
18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주민들이 늘어가는 희생자 소식에 슬퍼하는 한편 속수무책인 정부의 구조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참담한 소식에 한숨을 내쉬며 지인들의 슬픔에 함께 마음 아파했다.
또 주민들은 매일 마주치는 학생들의 참변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면서 전폭적인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민들은 걱정으로 인해 밤이 되면 잠을 잘 못 이루는 데다, 안 좋은 소식들이 쏟아지자 서로 안부를 묻기가 두려워 대화가 단절됐다고 호소하는 등 어두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고잔1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51)씨는 "이웃한 지인들이 이번 참사를 겪었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듣기 두려워 안부를 물어볼 수조차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다수였다.
단원고 인근에서 1999년부터 슈퍼마켓을 운영했다는 B(52)씨는 "아이들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봐 왔다"며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에서 이번 일과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면 정부가 지금처럼 속수무책인 모습으로 일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C(61)씨는 "이번 사고는 주민들 모두의 슬픔이자 동네 초상"이라며 "진도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올라오는 대로 주민들이 온 힘을 다해 위로와 격려를 비롯한 봉사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C씨는 "50대 남성으로 보이는 손님이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해바라기를 몇 송이 사서 단원고에 헌화하겠다고 말해 우리 또한 다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 마음 아팠다"고 덧붙였다.
C씨는 지난해 안산의 한 고등학교를 명예퇴직한 전직 교사인 남편 D(65)씨와 함께 단원고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 D씨는 "30년을 넘게 교직에 몸 담은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접해 아직도 믿기지 않고 멍하다"며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수밖에 별다른 힘을 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D씨는 "단원고 학생들 대다수가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했기 때문에 대체로 예의 바르고 교사들의 말을 잘 따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주민은 "단원고 학부모들 다수는 옛 반월·시화산업단지 등에 근무하는 성실한 회사원들이다"며 "정부의 구조활동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순박한 학부모 등 주민들에게 기적 같은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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