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앞 광주 금남로 2만명 집결
초등학생부터 '5·18' 겪은 세대까지 "국민 목소리 외면 말라"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탄핵! 탄핵! 탄핵!"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예정된 1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사회 대개혁 광주 비상 행동'이 연 광주시민 제6차 총궐기대회에 참여하려는 시민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몰려들었다.
눈이 내린 뒤 낮 기온이 4도 안팎을 보인 다소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일찌감치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 귀마개로 중무장한 채 거리로 나섰다. 장갑을 낀 손엔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현장의 시민들은 오월 풍물단의 신명 나는 풍물놀이 장단에 맞춰 피켓을 흔들고 '탄핵'이란 구호를 외쳤다.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의 응원가에 '탄핵' 단어를 붙여 개사한 노래 혹은 이른바 '탄핵 캐럴'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선 청년세대의 대거 동참이 눈에 띄었다. 정당이나 소속과 관계없이 거리에 나온 이들은 소신 발언을 하고 응원봉과 직접 만든 깃발을 흔들며 '대한민국 정상화'를 외쳤다.
'말 안 듣고 시위 나온 아들딸 연맹' '마법 대학 장작 모으기 학과' '나만 고영이 없다 연합' 등 독특한 깃발로 창의력을 뽐낸 이들도 있었다.
대학생 이진수 씨(22)는 "광주에선 청년일지라도 '5·18'을 기억한다. 부모님이 지켜준 민주의 역사를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소 통과 등이 속도 있게 이뤄져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과 5세 아이 손을 잡고 나온 30~40대 부모,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세대까지 금남로에 나온 이들은 '국회와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운초교 6학년 신연우·김태희 양(13)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망신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른들이 피를 흘려 만든 민주주의를 짓밟고 온 국민의 말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 초등학생인 우리가 봐도 대통령이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을 펼치는 게 너무 화가 나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온 가족이 집회에 나왔다는 최미정 씨(41·여)는 "이 시국에도 국민의힘은 자기 잇속을 챙기겠다고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대통령도 끝까지 살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다. 오늘 기어코 탄핵(소추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철 씨(57)는 "국민들은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투표 없이 빠져나간 의원 105명의 얼굴과 이름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끝까지 '탄핵 부결' 당론을 유지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이 개탄스럽다. 국힘 의원들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탄핵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중학생이었다는 정용채 씨(58)는 "40여년 만에 다시 본 비상계엄이란 단어에 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며 "(윤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화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