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증심사 화재 5시간20분 만에 완전 진화(종합2보)

공양간·행원당 두 채 전소…인명·보물·문화재 피해 없어
목조건물 등 진화 난항 겪고 등산객 대피·하산 소동도

29일 광주 무등산 증심사 공양전에서 화재가 발생,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펴고 있다. 2024.9.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휴일 아침 광주 무등산 탐방로의 대표 지점이자 문화재 등이 있는 증심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5시간 2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내부의 샌드위치패널과 지붕 해체 작업 등으로 진화에 난항을 겪었고 연기로 인해 등산객들이 급히 하산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나 문화재 피해는 없었다.

29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1분쯤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산 서쪽에 자리한 증심사의 공양간(식당)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확산하자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분쯤 인근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사찰이 목조식 건물인데다 내부의 샌드위치패널, 기와지붕 해체 작업 등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찰용 수원이 초기에 소진되면서 불을 끄는 데 사용할 물이 부족해 인근의 계곡에서 물을 끌어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길과 함께 많은 연기가 치솟아 진화작업 중 등산객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당국은 산림청 헬기 등을 동원해 3시간여 만인 이날 낮 12시 44분쯤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이후 포크레인 등을 투입해 잔불 정리를 한 후 화재 발생 5시간 20여 분 만인 오후 3시 15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진화에는 장비 42대와 인력 202명이 투입됐고, 대원들은 보물과 문화재 등이 있는 대웅전 등에 방화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화재로 인해 공양간과 행원당 등 두 채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문화재 등은 훼손되지 않았다.

사찰 내부에 있던 3명이 자력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말 무등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대피·하산하거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등산객 송정현 씨(50)는 "산행 중 탄 냄새와 연기가 나고 헬기 소리까지 들려 보통 일이 아니라 생각해 너무 당황했다"며 "일행과 빨리 하산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내가 산에 간 걸 아는 지인이 뉴스를 보고 화재가 번지면 어떡하냐 걱정하며 빨리 내려오라고 전화하기도 했다"며 "불이 산으로 번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최미혜 씨는(62·여)는 "등산 도중 안전안내문자를 받아보고 다같이 등산객이 가장 많은 주말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랐다"며 "연기가 많이 나 과거 동해안 사찰 화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면서 순식간에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29일 오전 9시 51분쯤 불이 난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 불에 탄 건물이 무너진 모습. 2024.9.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소방당국은 공양간에서 빗물받이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샌드위치패널로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불길이 잡힌 만큼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증심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속한 절로 1984년쯤 일대가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됐다.

신라시대에 처음 세워진 뒤 임진왜란, 1951년 6·25전쟁 등으로 건물이 수차례 불에 탔으며 1970년대 증축됐다.

보물 제 131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광주시 시도유형문화재 제1호 삼층석탑·오백전·석조보살입상 등 많은 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29일 광주 무등산 증심사 공양간에서 화재가 발생,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4.9.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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