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모임 "광주비엔날레는 '박서보예술상'을 즉각 폐지하라"

"4·19에 침묵하고 군부정권에 순응…시대정신 역행" 주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 광장에서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박서보 예술상' 발표하는 가운데 한 에술인이 신설된 예술상을 거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3.4.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광주비엔날레의 '박서보예술상'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를 비롯한 예술인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민을 배반하고 광주정신과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박서보예술상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등장한 '박서보예술상'은 세계적 비엔날레와 차별화된 브랜드화를 지향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창립 정신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화가 박서보는 1960~70년대 모더니즘 미술의 상징"이라며 "그는 1960년 4·19혁명에 침묵하고 5·16군부정권에 순응했으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유신정권 관변미술계의 수장이었다. 모더니즘 계열의 미술권력자로서 박서보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미술권력자의 이름을 딴 박서보예술상 사태에 대해 시민과 예술인들은 분노와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며 "이는 광주시민의 저항과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광주정신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담론을 표방하는 광주비엔날레의 근본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박서보라는 이름의 상을 광주의 이름으로 시상하는 목적은 무엇이냐"며 "돈만 내면 누구든 상을 제정해 줄 것이냐. 오직 박서보 개인의 사적 명예욕을 채워주기 위해, 100만 달러(10억여원)라는 돈으로, 앞으로 20년 동안 그 생존 작가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은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매판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주비엔날레 정체성을 훼손하는 박양우 대표이사 즉각 사과할 것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인 강기정 시장이 사과하고 박서보예술상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11일 오전 11시 광주비엔날레관 앞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장 일원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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