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대화 중 신체 노출 요구, 영상 녹화해 협박…10대 집유4년

법원 "청소년 SNS 범죄, 폐해 차단 노력 게을리한 사회도 책임"

대전지법 천안지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우리 사회 전체가 무분별한 SNS의 폐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원이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SNS관련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의 고민을 내비쳤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지난 2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군(17)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A 군은 지난해 6월 SNS를 통해 알게 된 B 양(당시 15세)과 대화하던 중 신체 노출을 요구하고 해당 장면을 녹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영상을 이용해 B 양을 협박하기도 했다.

A군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처벌 수위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한 범죄자에 대한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감경 요소를 반영한 양형 기준을 적용해도 최하가 징역 2년 6월이다. 19세 미만의 소년에게는 양형 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판결을 선고하기 전 전경호 부장판사는 "입법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범행에 대해서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을 해놨고, 법원은 그 의사를 충분히 좇아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보호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 확산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의 책임과 함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졌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별다른 제한없이 스마트폰 등을 소지, 사용하고 이를 통해 무분별하게 SNS에 접근함으로써 낯선 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나 도리어 피해자가 되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수없이 목도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피고인 개인의 행위 책임을 결코 경시할 수는 없으나, 가정과 학교,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아동·청소년의 무분별한 SNS의 접근과 과도한 이용, 그 폐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짧은 편이고, 재비행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점, 성행 개선의 여지를 기대할 수 있어 사회 격리보다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3년 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