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아직도 가슴 아파"… 거제 스토킹 피해자 추모식 엄수
"미안해 병문안 못 가서" 남동생과의 마지막 대화 공개
故 이효정씨, 사망 45일 만에 미뤘던 장례 치를 예정
- 강미영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엄마 아빠는 너를 지켜주지 못한 게 아직까지도 가슴이 미어지고 억장이 무너진다"
전 남자 친구의 폭행으로 숨진 고(故) 이효정 씨 장례를 하루 앞둔 24일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이 경남 거제시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은 효정 씨가 숨진 뒤 40여일 만에 치러지는 장례에 앞서 그를 기억하고 여성 대상 범죄가 없는 세상을 촉구했다.
경남 각지에서 모인 여성들은 효정 씨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곳에선 안전하고 편안하길" "잊지 않겠습니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효정 씨 모친이 추모 편지를 낭독할 땐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추모식에선 효정 씨가 6살 어린 남동생과 마지막으로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 모친은 딸에게 쓴 편지에서 "효정이 네가 동생에게 '넌 누나가 입원했는데, 와보지도 않니?'라고 했지. 이에 동생은 '응. 나 오늘 친구 생일파티 왔어'라고 답했고 넌 '재밌겠네… 들었어 숙소 갔다며'라고 말했다"며 "이게 누나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고 동생은 놀다 보니 답장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씨 모친은 "그런데 네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맞아 재밌었어. 누나 미안해 병문안 못 가서. 하늘에서 행복해야 해. 누나 얼굴이라도 봤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남긴 걸 봤다"며 "(동생에게) 서운해하지 말고 항상 웃으며 그랬던 것처럼 괜찮다고 말해달라"는 말과 함께 오열했다.
그는 "눈도 못 감은 채 누워있는 효정아, 이제 편히 눈을 감아도 된다"며 "너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추모 편지 낭독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고인의 생애를 담은 영상을 시청한 뒤 헌화했다.
이들은 이 씨의 죽음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제 폭력에 대한 법적 체계 및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정희 창원성폭력상담소장은 "이 사건은 개인 문제가 아닌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에서 발생한 병리적 현상"이라며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노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난 20일 가해자가 구속됨에 따라 미뤘던 이 씨 장례를 25일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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