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을 믿고 지옥행 배에 오른 재일교포들 [역사&오늘]
12월 14일 최초의 북송선 니키타항 출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59년 12월 14일, 재일교포 900여 명을 태운 첫 북송선이 일본 니가타항을 출발했다. 하지만 지상낙원의 부푼 꿈을 안고 고국행을 선택한 이들의 삶은 북한에 도착한 즉시 산산조각이 났다. 이들이 탄 것은 지옥행 배였다.
북송선이란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84년까지 재일 조선인들이 총 186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기 위해 탔던 배다. 북한의 허위 선전을 믿고 북한으로 떠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린 재일교포의 수는 약 9만 3000여 명에 달했다.
북송선 사업의 배경은 다양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은 인력과 자원이 절실했고, 재일 조선인들을 이주시켜 체제를 과시하고자 했다. 일본 정부는 골칫거리인 재일 조선인들을 북한으로 보내 자국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북한의 선전에 속아 자발적으로 북송을 선택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송 교포들은 북한 사회에서 '반동'으로 낙인찍혔다. 이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과 식량 부족 속에서 생활하며,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또한, 체계적인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인권이 침해당했고, 많은 사람이 가족과 생이별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북송된 사람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국내에서 북송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또한 재일교포와 결혼해 북한행에 동행한 일본인 배우자들의 문제도 부각됐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인권유린에 협조한 꼴이 됐다.
북송 교포들 중 일부는 탈북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외부 세계와의 정보 교류가 차단되어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도 북송 피해자들의 정확한 수와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높지만, 북송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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