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PICK]한글로 스톡홀름 밤 물들인 한강
한강 소설 '흰' 문장 스톡홀름 시청 외벽에
현지는 지금 1년 중 가장 흥겨운 노벨 주간
- 박지혜 기자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박지혜 기자 = 12월 10일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 스톡홀름이 축제 열기로 뜨겁다. 노벨상 시상식 장소인 스톡홀름 콘서트홀은 인류의 정신과 창의성을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올해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사의 무대가 된다.
콘서트홀은 웅장한 대리석 기둥 사이로 파란 깃발과 황금빛 노벨 메달 이미지를 걸어 시상식을 기념하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콘서트홀 앞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며 들뜬 분위기가 감돈다.
콘서트홀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노벨상 박물관은 노벨 주간을 맞아 인파로 가득하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라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한강 작가의 캐리커처가 전시돼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취약성을 강렬하게 드러낸 시적 산문”이라는 노벨상 선정 이유가 적힌 패널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 한쪽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증품도 전시되어 있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의 수의와 편지, 그리고 이희호 여사가 직접 짠 뜨개질 신발 등이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노벨 주간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스톡홀름 시청 외벽에 비춰진 한강 작가의 얼굴과 그의 문장이다. 소설 흰의 “하얀 것은 본래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라는 구절이 한글과 영어로 시청 외벽을 밝히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조명 예술은 노벨상 주간을 기념하는 '리딩 라이트'(Leading Light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 수상자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노벨 재단은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전체의 7%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스톡홀름은 지금, 한강 작가와 함께하는 ‘역사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pjh25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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