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체온 품은 문학,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노벨상 현장]
노벨상 연회서 수상자 소감 영어로 말해…8살 때 다른 기억 소환
"문학상 의미 여러분과 공유하고파"…사회자, 한국어로 한강 소개
- 김일창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54)는 10일(현지시각)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노벨상 시상이 끝난 뒤 이날 오후 10시 50분(한국시각 11일 오전 6시 50분) 노벨상 연회가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계단 단상에 올라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며 영어로 이같이 말했다.
한 작가는 지난 7일 수상자 강연(lecture)에서처럼 여덟 살 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소감을 시작했다. 강연에서는 여덟 살 때 쓴 '시집'에 나온 한 시를 회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봤다.
그는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그 깨달음이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난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 등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언어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관점을 상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문학상이라는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며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편, 스웨덴 대학생 연회 사회자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는 한국말로 한 작가를 소개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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