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100만명이라 홍보하더니 돌연 거래소 운영 중단…'먹튀' 논란

거래소 빌빗, 입출금 중단되더니 홈페이지·앱까지 사용 불가
커뮤니티 소통 창구 없애…"이전 거래소 먹튀' 수법과 유사"

가상자산 거래소 빌빗의 홈페이지 화면. 코인 차트가 나타나는 홈페이지 접속 도메인은 셧다운 상태이다. (빌빗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빌빗(Villbit)의 운영이 갑작스레 중단됨에 따라 운영진이 거래소 내부 자금을 가지고 돌연 사라지는 러그풀을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4년 전에 다수 발생했던 거래소 러그풀이 재발생하는 것에 의아하다면서도 최근 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틈을 타 추가적인 '거래소발 러그풀'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 마진 거래를 지원하는 빌빗의 거래소 접속 홈페이지가 최근 셧다운됐다. 공식 웹사이트 접근은 가능하지만, 거래를 위한 거래소 화면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빌빗은 지난 10월 초부터 고객 예치 자산에 대한 입출금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거래소 홈페이지 접속까지 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몰타에 본사를 둔 빌빗은 올해 1월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한국어 서비스까지 지원했다. 한국 진출 이후 빌빗은 하루 거래량이 6조원 이상이며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에 달한다고 홍보해왔다.

또한 이들은 국내 서비스 론칭 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우 시 10달러 지급, 첫 가입 시 10달러 지급, KYC인증 완료 후 500달러 입금 시 50달러 지급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빌빗 거래소의 행태를 봤을 때, 이들이 앞서 업계 초기에 설립된 거래소들 중 일부 거래소들이 보였던 러그풀을 실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러그풀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허술한 점을 노린 이들이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그간 모아놓은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를 의미한다.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VC) 출신의 업계 전문가는 "약 4년 전, 정체 모를 거래소들이 투자자들의 자금을 일명 '먹튀'하는 것이 꽤나 여러 번 발생했었다"며 "현재 이 거래소가 보이는 행태는 이전에 일부 거래소들이 보여왔던 러그풀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이러한 러그풀 같은 행위를 프로젝트가 아닌 거래소 자체에서 보기엔 흔치 않았다"면서도 "보통 이러한 행위는 처음부터 계획한 악의적인 목적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일 수도 있지만, 운영을 하다보니 업계의 상황상 운영이 힘들다 보니 이러한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거래소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만약에 후자라면 향후 추가적인 다른 거래소들의 러그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국내 피해 규모는 밝혀진 바 없지만 업계에서는 빌빗이 타 글로벌 거래소에 비해 거래소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실제 러그풀이 벌어진 것이라면 이용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소통이나 고객 응대를 위한 텔레그램 등 커뮤니티 문까지 닫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경우 문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빌빗의 국내 마케팅 관계자들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유로 개발사가 잠적했다'면서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관계자는 빌빗의 거래소 서버는 서버비를 납부하지 않아 강제로 내려간 것이며 입출금 운영도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발팀을 찾는데 시간을 소요하고 있으며 기존 이용고객 자산은 새 거래소로 전액 이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