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만에 사의…이동관표 '방송개혁' 동력 약화 불가피

사의 표명…'2인 체제' 방통위, 업무 중단 현실화
후임 인선까지 개점휴업…현안 처리는 어쩌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또 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면 신임 위원장 인선까지 방통위 업무는 전면 중단된다. 이 위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영방송 개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한 탄핵 소추안의 단독 처리가 예고돼 방통위 '업무 마비'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이 위원장이 탄핵 표결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건 여야 힘겨루기에서 나온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같은 판단이 급작스럽게 결정되며 조직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그럴만하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5인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현재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올해 8월25일 이 위원장이 임명되며 '6기' 방통위가 출범했지만, 최소 의결 정족수(2명)만 간신히 채운 채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결과다. 방통위 운영법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

'5기' 방통위 활동도 진통 끝에 종료됐다. 지난 5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하면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상임위원(김현, 이상인) 두 명을 포함해 방통위는 총 3명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방통위는 3인 체제로 80여일간 운영됐고, 김 직무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놓고도 잡음은 계속 일었다.

'식물 방통위'를 우려한 이 위원장은 첫 전체회의부터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국회 협력을 당부했다. 이는 95일만에 물거품이 됐다. 여야가 추천한 후임 상임위원 임명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사퇴로 방통위는 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당장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는 건 방송사의 재승인·재허가 업무다.

연말 KBS 2TV, MBC·SBS UHD와 지역 민영방송사 등의 재허가 유효기간이 도래한다. 유진그룹의 YTN 인수 심사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이 힘을 쏟던 정책에도 제동이 걸린다.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기관임에도 방만한 경영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단행하고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며 경영진 교체에도 힘을 실었다.

동시에 가짜뉴스 신속심의 활성화(원스톱 패스트트랙)를 골자로 한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발표하며 현 정부와 보조도 맞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KBS 사장 후보자 추천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며 탄핵 소추안을 재발의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위원장 공석으로 내년도 업무 계획 수립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