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만에 사의…이동관표 '방송개혁' 동력 약화 불가피
사의 표명…'2인 체제' 방통위, 업무 중단 현실화
후임 인선까지 개점휴업…현안 처리는 어쩌나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또 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면 신임 위원장 인선까지 방통위 업무는 전면 중단된다. 이 위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영방송 개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한 탄핵 소추안의 단독 처리가 예고돼 방통위 '업무 마비'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이 위원장이 탄핵 표결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건 여야 힘겨루기에서 나온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같은 판단이 급작스럽게 결정되며 조직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그럴만하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5인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현재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올해 8월25일 이 위원장이 임명되며 '6기' 방통위가 출범했지만, 최소 의결 정족수(2명)만 간신히 채운 채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결과다. 방통위 운영법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
'5기' 방통위 활동도 진통 끝에 종료됐다. 지난 5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하면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상임위원(김현, 이상인) 두 명을 포함해 방통위는 총 3명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방통위는 3인 체제로 80여일간 운영됐고, 김 직무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놓고도 잡음은 계속 일었다.
'식물 방통위'를 우려한 이 위원장은 첫 전체회의부터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국회 협력을 당부했다. 이는 95일만에 물거품이 됐다. 여야가 추천한 후임 상임위원 임명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사퇴로 방통위는 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당장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는 건 방송사의 재승인·재허가 업무다.
연말 KBS 2TV, MBC·SBS UHD와 지역 민영방송사 등의 재허가 유효기간이 도래한다. 유진그룹의 YTN 인수 심사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이 힘을 쏟던 정책에도 제동이 걸린다.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기관임에도 방만한 경영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단행하고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며 경영진 교체에도 힘을 실었다.
동시에 가짜뉴스 신속심의 활성화(원스톱 패스트트랙)를 골자로 한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발표하며 현 정부와 보조도 맞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KBS 사장 후보자 추천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며 탄핵 소추안을 재발의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위원장 공석으로 내년도 업무 계획 수립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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