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안하면 바보였어요"…관행이 돼 버린 가구 카르텔

[가구 카르텔④]공정위 "분양원가 상승에 영향"…가구업계 "영향 크지 않아"
10년간 담합 관련 매출 2조원 달하는데…과징금 총액은 931억원 불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2023.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담합) 안 하면 사업을 못 해요."

한 가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가구업계에 신축 아파트 싱크대, 붙박이장 등 빌트인 특판 가구 입찰 담합이 만연하다.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만큼 쉽사리 근절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다수 가구업체가 담합을 하는 상황에서 참여하지 않게 되면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업계에 걸쳐 담합이 이뤄지다보니 '어차피 사업은 지속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다.

7일 공정위가 발표한 '특판가구 구매입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약 1조9457억원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가 적은 것은 아니다.

총 22건으로 가장 많은 담합행위가 적발된 한샘이 내야 할 과징금액은 211억5000만원이다. 한샘의 2020년~2022년 평균 매출액 2352억원 대비 10%에 달하는 수치다.

함께 적발된 현대리바트의 같은기간 매출액은 2846억8500만원으로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 191억2200만원 수준도 무서운 수준이다. 동일한 건수가 적발된 에넥스는 1587억원 매출에 17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적지 않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 금액이 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행정처분이 '시정명령'에 그친데 있다. 과징금만 납부하면 담합을 통해 부정입찰을 한 업체들이 그대로 또 다시 가구를 납품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번 입찰 담합은 민간사업장(민간 건설현장)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 선에서의 '입찰제한'과 같은 처분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등이다.

이번 입찰담합의 경우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입찰제한이나 영업 정지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벌금 내더라도 일단 담합하자'는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에 적발된 기업들 중 기업 8곳(△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은 지난해 검찰이 발표한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관련 약 783건에서도 담합행위를 했다.

심지어 검찰에 따르면 담합사실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고 공정위 현장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일부 임직원은 담합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구업체들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구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담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발된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10억원짜리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비용이 200~400만원 일 경우 남는 건 5만~10만원 수준이다. 사실상 남는 게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가격(분양가)에서 빌트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데, 아파트값이 뛴 요인으로 보는 것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