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1의결권 상식 깼다" 복수의결권株 발행 성공한 콜로세움

12명 주주 만장일치로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콜로세움 주주 "창업자와 신뢰 관계 중요해"

21일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본사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박진수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로마의 콜로세움에 이어 한국에도 콜로세움이 있다고 기억해 주세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멋진 경기장이 되고 싶습니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도입 1호 기업이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관련 제도를 시행한 지 96일 만이다.

국내 최초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물류 솔루션 기업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콜로세움)이다. 12명의 주주로부터 만장일치로 발행 합의를 얻어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1일 콜로세움 본사에서 박진수 대표 및 임원진을 비롯해 콜로세움의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복수의결권 제도 발행 과정 등을 청취했다.

◇복수의결권주식 제도…창업주 지분 보호해 성장 지원

복수의결권제도는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 1개를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으로 재발행하는 제도다. 창업주의 지분을 보호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사업 확장을 도모하도록 돕는다. 벤처기업계 숙원으로 지난해 11월17일 정식 도입됐다.

국내 1호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기업 콜로세움은 2019년 설립돼 통합 인공지능(AI) 물류솔루션 'COLO'를 자체 개발한 물류 스타트업이다.

국내·외 41개소 이상의 글로벌 물류센터 협력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비용·시간·정확도·속도 개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설립 이후 매년 평균 두 배씩 성장하면 지난해 중기부의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박 대표는 복수의결권제도의 국내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부터 해당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로 빠르게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창업을 한 콜로세움 입장에서 복수의결권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며 "창업자의 지분 보장을 이 제도로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21일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본사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콜로세움 경영진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주주 설득 필수…창업자와 신뢰 관계 중요

창업주의 의사 결정 영향력이 높아지는 제도이다 보니 투자자로 참여한 다른 주주들의 설득 과정이 필수다.

박 대표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도입을) 주주들에게 얘기했을 때 오히려 경영진이 염려하는 부분보다 더 깊게 검토하고 걱정해 주었다"면서 "이번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주주와 경영진이 '원팀'이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설명처럼 콜로세움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12명의 주주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제도가 최대로 보장하는 1주당 10주(의결권 10개)를 발행해 박 대표는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했다.

주주로서 행사에 참석한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는 "이번 발행은 창업주 개인의 사적 이익 발생을 법적으로 차단해 발행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주주와 경영자 간 신뢰가 중요하다"며 "콜로세움은 넥스트랜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신뢰하는 팀이어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부여하는 게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1호 기업 이어 2·3호 기업 등장 기대감

박 대표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까다로운 발행 요건으로 꼽혔던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 △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금 50억원 이상 △마지막 투자로 인해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최대 주주 지위 상실 △마지막 투자가 지분투자 등의 조건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발행 요건을 갖추는 게 가장 큰 허들이었던 것 같다"면서 "콜로세움은 운이 좋게도 요건에 딱 맞아서 해당 제도의 실제 장점과 우려점에 대한 객관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콜로세움은 이번 제도 활용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향후 기업공개(IPO)까지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도입 1호 기업이 탄생하면서 앞으로 추가 도입 스타트업도 나타날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4~5개 정도"라며 "올해 투자를 받고 나서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낮아지는 상황이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는 창업 벤처 생태계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역량을 가진 경영자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며 "많은 벤처기업이 이를 활용해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