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잘알'이라면 스위스에서 꼭 들러야하는 도시…그곳엔 '유럽'이 있다
스위스 남부 미식여행 ③ 미식 도시 4곳
프랑스·이탈리아 영향에 맛있는 도시들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티치노·발레=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아름다운 자연 여행지'로 잘 알려진 스위스엔 알려진 것보다 먹거리가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면한 덕분에 세 국가의 요리 문화가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맛의 치즈로 만들어진 퐁뒤, 라클렛, 뢰스티는 물론 수준 높은 품질의 살루미, 와인도 빠질 수 없는 주요 먹거리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와와 면해 있는 남부 지역은 '맛잘알'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도시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남부 발레는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다.
◇스위스 속 이탈리아, 아스코나
이탈리아 음식이 입맛에 잘 맞는다면 티치노주(州)의 아스코나가 딱이다. 이탈리아와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어느 지중해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다.
경치, 건물, 미식 문화는 이탈리아와 많이 닮았고 인구 대부분(66%)이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물론 저 멀리 알프스를 볼 수 있다는 스위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덤이다.
아스코나에서 해변 역할을 하는 '마조레 호수' 산책로를 따라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자리해 있는데 죄다 1층엔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가 자리했다. 테라스엔 수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피자나 파스타 등 이탈리아 음식을 즐겨 먹는다.
구불구불한 골목길도 아스코나에서 놓칠 수 없는 먹부림 포인트다. 젤라토를 비롯한 디저트 가게도 있고 페페론치니 오일, 후추, 트러플 페이스트, 말린 포르치니 버섯, 살루미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가을엔 '밤'이 유명하다. 아스코나 마조레 호숫가 주변으로 '밤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현지 군밤 장수들이 구워내는 총 2000㎏의 군밤을 즐길 수 있다. 스위스 밤나무의 98%가 티치노에 있다.
◇살루미 여기 다 있네…벨린초나현지 시장의 묘미는 아무래도 현지 먹거리 구경이다. 티치노주 벨린초나로 가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만드는 '토요 시장'이 있다.
벨린초나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세 개의 고성으로 유명한 도시다. 세개의 고성 아래, 중세시대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인 '피아짜 노제토'엔 토요일이면 '먹잘알'들의 지갑을 절로 열게 하는 시장이 열린다.
벨린초나 토요 시장에서 가장 큰 특징은 골목길을 따라 양옆으로 깔린 나무 부스(포장마차)다. 지붕 위를 티치노를 상징하는 색인 빨간색과 파란색 천막으로 덮어 눈에 확 띈다.
시장에서는 전통 조리법에 따라 만든 '살루미'는 물론, 티치노에서 재배한 제철 과일과 산악 목초지에서 생산한 치즈 등을 판다. 특히 살루미 종류가 다양하다.
프로슈토(얇게 썰어 익히지 않고 건조한 햄), 라도(허브 향신료로 지방을 경화한 햄), 브레사올라(공기 건조 및 소금에 절인 햄), 관시 알레(돼지 목살이나 볼살로 만든 햄) 등을 포함해 만드는 방식, 부위에 따라 수십여종이나 된다.
◇ 마시고 먹고 걷고, 시에르
스위스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로 발레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발레 와인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시에르'다.
참고로 스위스 와인은 단 1.5%만 수출할 정도로 내수 소비량이 많아 다른 나라에서 맛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3분의 1이 발레에서 나온다.
발레는 남부 지역 특성에 따라 햇살 좋고 건조한 기후와 다양한 토양 조건을 자랑해 스위스 와인의 수준을 한껏 높이는데 기여했다.
시에르에서 발레 와인을 마음만 먹으면 수십가지를 즐길 수 있다.
언덕 위, 포도밭을 배경으로 16세기에 지어진 성인 '샤토 드 빌라'(valais château de villa) 안에 자리한 '와인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건물 지하에 자리한 '와인 도서관'은 지하에 있는 데 마치 '비밀 공간'처럼 만들어 졌다. 계단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름에 걸맞게 책장에 책처럼 수많은 와인이 선반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와인 종류는 약 780종으로 발레의 소규모 생산자부터 협동조합까지 약 110여 개의 와이너리의 와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음(테이스팅)은 도서관에서 엄선한 20종에 한해서 100ml당 4.9스위스프랑(약 7000원)에 즐길 수 있다.
와인 박물관을 나오면, 지상 1층 오른편엔 레스토랑이 있는데 현지에서도 '라클렛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발레는 라클렛 발생지로 이곳에선 25개 발레 지역에서 만들어 낸 치즈를 5코스로 즐길 수 있다.
◇현지인이 직접 만들어 주는 치즈·버터, 알레취 아레나
발레에서 기성품이 아닌 소량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와인'과 '치즈'를 맛보고 싶다면 '알레취 아레나'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알레취 아레나는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취 빙하 주변 지역으로 '자연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여느 레스토랑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와인과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알레취 아레나엔 4000m 알프스 봉우리에 둘러싸인 산장 리조트들이 많다. 저마다 아침과 저녁 식사로 현지에서만 나고 자란 식자재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내놓는다.
어느 산장에서도 훌륭한 치즈와 와인도 맛볼 수 있는데 보다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알파인 뮤지엄'이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400년 전 만들어진 산장을 체험 공간을 탈바꿈한 곳으로 과거 스위스 고산 지역의 사람들이 어떻게 농업을 해왔고 치즈와 버터를 만들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모든 체험이 끝난 후 백발의 현지 가이드가 직접 만든 진한 향의 오래된 치즈와 싱싱한 버터, 빵과 함께 알레취에서 생산한 와인을 내어 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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