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안정, 조직은 혁신…LG '내실·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단행…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구광모 ABC' 성장 준비 가속…LG전자도 2030미래비전 박차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신학철 LG화학 CEO 부회장(왼쪽), 권봉석 LG COO 부회장 등과 참석해 있다. (LG제공) 2024.9.26/뉴스1 ⓒ News1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한재준 기자 = LG그룹의 올해 정기 임원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지난해 상당수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택했지만 올해는 기존 CEO(최고경영자)를 유임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의 재신임을 받은 권봉석 LG(003550)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051910) 대표이사 등 부회장 2인 체제도 유지된다. 유력한 부회장 승진 후보군으로 꼽혔던 정철동 LG디스플레이(034220) 대표이사 사장과 조주완 LG전자(066570)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을 기약한다.

미래 준비는 가속한다. 구광모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 찍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에서는 신규 임원이 다수 발탁됐다. LG전자도 '2030 미래비전' 실현을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에 나섰다.

구광모 핵심 참모 대부분 유임…조직 슬림화로 대외 환경 빠르게 대응

LG그룹은 21일 계열사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광모 회장의 핵심 참모들이 대부분 유임됐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던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은 재신임받았다. 부회장 승진은 미뤄졌지만 조주완 사장도 3년 더 임기를 보장받는다. CEO 중 새 얼굴은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뿐이다.

LG는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했다"며 "성과와 역량이 입증된 최고 경영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임원 승진자는 총 121명이다. 지난해(139명)보다 승진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사장 승진자도 현신균 LG CNS CEO,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등 2명에 불과하다.

이는 구광모 회장이 추구하는 인사 방향인 '조직 슬림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임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대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인사에서는 LG 미래 동력인 'ABC'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전체 신규 임원의 23%(28명)를 ABC 분야에서 발탁했다.

기술이 미래 사업 성패를 가르는 만큼 R&D(연구개발) 리더십도 강화하고 있다. 신규 임원 21명을 포함해 그룹 R&D 임원 수는 21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자 특허 조직 강화를 위해 특허 전문가 2명의 임원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계열사도 미래 준비 방점…LG전자 대대적 조직개편

계열사들도 미래 준비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특히 '2030 미래비전' 가속화에 나선 핵심 계열사 LG전자는 대대적인 사업본부 재편에 나섰다. 2030 미래비전은 LG전자가 가전 기업을 넘어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설루션 기업으로 대전환하겠다는 다짐이다.

명칭은 물론 역할도 다 바꿨다. LG전자는 기존 H&A사업본부, HE사업본부, VS사업본부, BS사업본부 등 4개 사업본부를 △HS(Home Appliance Solution)사업본부 △MS(Media Entertainment Solution)사업본부 △VS(Vehicle Solution)사업본부 △ES(Eco Solution)사업본부로 개편했다.

생활가전 중심으로 재편된 HS사업본부는 인공지능(AI) 홈 설루션 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BS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로봇 사업을 이관 받아 로봇청소기, 이동형 AI홈 허브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TV사업을 주도하던 HE사업본부는 MS사업본부로 간판을 바꿔 단다. BS사업본부에 있던 노트북 및 모니터 등 IT기기 사업과 사이니지 등 ID 사업부를 이관 받아 TV 사업과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LG전자 유니콘 사업으로 떠오른 웹OS·콘텐츠 사업도 담당한다.

신설된 ES사업본부는 LG전자가 밀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맡는다. 기존 BS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 사업도 이관받았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차량용 부품을 넘어 차량 전반에 걸친 혁신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차량용 부품 설루션(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에서 차량용 설루션(Vehicle Solution)사업본부로 이름을 변경했다.

본사 조직은 사업과 지역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 해외영업본부 산하에 B2B사업역량강화담당을 신설한다.

미래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최고전략실(CSO) 부문에는 전사 AI 컨트롤타워 역할을 추가로 부여했다. 디지털전환 총괄조직인 최고디지털실은 DX센터로 재편해 CSO 산하로 들어간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