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든 잠정안, 삼전 조합원 '거부'…"노노갈등 조짐"(종합)
2023·2024 임금협약 조합원 투표서 반대 58.6%…내년까지 3개년치 협상 가능성
온라인에 집행부 탄핵, 파업 주장 등 올라와…오후 대의원 간담회
- 박주평 기자,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의 2023·2024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이 노동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삼성전자의 위기 국면에서 노사가 대승적으로 마련한 잠정안이 좌초함에 따라 노조 집행부 재신임, 재협상 등을 두고 혼란이 예상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2023·2024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됐다고 21일 밝혔다. 조합원 3만 436명 중 2만 2836명(75.03%)이 참여했으며 찬성이 9444표(41.36%), 반대가 1만 3392표(58.64%)로 집계됐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4일 △조합원 유급활동시간 보장(연 4시간 2회)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전 직원 지급 △임금 인상 5.1% △장기근속휴가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금협약 잠정안을 마련했다.
2023년과 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협상을 시작한 올해 1월16일 이후로 약 10개월 만의 합의안으로 협상 과정에서 전삼노가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노사는 총파업 이후 지난 7월 진행한 최종 교섭에서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 사용일 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 최종 안건을 도출했지만, 전삼노가 조합원 대상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측이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을 수용하고, 노조는 조합원뿐 아니라 전 직원 대상 지급을 받아들이는 등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해 잠정안을 도출했으나,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의 실질적 보상을 원하는 노조원 등은 강경하게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잠정안이 부결되면서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내에서는 사측과 잠정안에 합의한 집행부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노노 갈등 분위기도 엿보인다.
전날 전삼노 홈페이지에는 '잠정합의안 부결 시 (집행부) 재신임 건의'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고, 한 삼성전자 직원은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부결 떴다, 민심은 집행부 탄핵"이라며 "물갈이하고 파업이다"라고 주장했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날 오후 6시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협상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잠정안 부결로 조합원 총의가 모인 상황에서 집행부는 협상 과정에서 사측에 더 강경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협상 타결금 등 현금성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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