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쇄빙선 만들다 멈췄다…K-조선 때린 '러 제재' 리스크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 美SDN 리스트 등재시 국내 조선사 영향 불가피
삼성중공업, 10척 블록 제작 중단…한화오션, 계약 해지 통보 후 새 주인 물색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긴장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조선소인 즈베즈다가 이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SDN에 등재되면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가 금지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과 한화오션(042660)이 러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쇄빙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쇄빙선은 주로 북극 항로에서 얼음을 깨고 항해를 하기 위해 운영된다. 특수 도료와 초고강도 특수 후판이 사용되며 일반 선박 대비 선가도 20%~30% 비싸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의 선박 블록 제작을 1년 가까이 중단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선주사와 나머지 10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그대로 이행할지에 대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즈베즈다 조선소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SDN 리스트에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SDN 리스트에 오르면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가 금지돼 거래 관계를 유지 중인 조선소에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척 건조를 중단한 상태이지만 계약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도 지난 2020년 엘릭슨·아조리아·글로리나 등 러시아 선주들과 건조계약을 맺었던 3척의 쇄빙 LNG 운반선에 대한 계약 해지를 지난해 통보했다. 이들 기업이 SDN 리스트에 오르며 대금 지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해당 선박을 구매할 다른 선주사를 찾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선주사들은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음에도 싱가포르 국제중제센터에 한화오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소송 규모는 1조1599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그나마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조선 계열사들은 상황이 낫다.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즈베즈다-현대 LLC' 합작사를 만들었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한 HD현대 계열 조선사는 러시아 측과 추가 선박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국내 조선업계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주로 북극항로에서 쓰이는 쇄빙선의 새 선주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