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군살빼기' 중 알리 만난 MBK파트너스…"엑시트 성공하나"
9년째 진척 없는 재매각 시도…차입금 늘고 경쟁력 ↓
국내 유통 대기업 인수 부담…알리 등장에 기대감 고조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사업 부문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수뇌부가 홈플러스 본사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면 아래서 지속 제기됐던 인수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9년간 난항을 겪던 홈플러스 재매각을 성사시켜 '엑시트'(투자비 회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몸값만 7조2000억…실적 악화에 매물 가치 저하
17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 중국 본사 관계자들은 13일 오후 홈플러스 강서본점을 방문해 인수합병(M&A)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알리 측 대표급 인사가 직접 참석하고 홈플러스 대주주이자 대표인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이 직접 응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인수 관련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업계 최고가인 7조2000억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업계가 재편되며 홈플러스의 실적은 갈수록 나빠졌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94억 원, 당기순손실은 5743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당시 빌린 4조3000억 원의 채무를 갚기 위해 점포를 대거 폐점하면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 대비 차입금 규모가 과도해 경쟁력 제고가 어렵다고 여긴 한국신용평가에선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A3+에서 A3로 낮췄다. 올해 초 재평가 결과도 동일하다.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지자 매물로서 홈플러스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졌다.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 후 몸값을 높여 5년 내외에 다시 파는데, 9년째 인수 대상자 물색에 실패하며 엑시트 가능성이 계속 낮아졌다.
◇김광일 대표 선임 승부수…알리 나서자 기대감 고조
이에 홈플러스는 올해 초 인수 작업을 주도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대표에 선임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우선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개 사와 1조3000억 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맺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에 나섰다. 몸값이 너무 높아 통매각은 무리란 판단하에 '알짜' 사업부터 도려내겠다는 결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알리 측과의 만남으로 엑시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수 여력이 없는 데다 사들이더라도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중국 대형 e커머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국내에 통합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알리로서도 도심 내 물류 거점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수도권 중심의 익스프레스 점포 310개, 홈플러스와 별도로 구축한 3곳의 물류센터 등이 매력적인 인수 요인으로 꼽힌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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