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가쌀 바닥···쌀가공업체 '죽을판'

올해 할당된 8만톤 소진···내년에는 이마저도 중단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 News1 오웅근 기자

</figure>정부 곳간에 쌀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2008년 넘쳐나는 쌀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부터 쌀 가공업체에 저가로 쌀을 공급해왔지만 올해 할당된 저가공급물량은 동이 나기 직전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할당된 8만톤이 거의 다 소진돼 9월말이면 모두 동이난다"며 "쌀가공업체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쌀을 정가로 구입하거나 4년 이상 오래묶은 재고미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저자공급물량 쌀은 1kg당 355원으로 재고미 정상가격(1050원)보다 60% 가량 저렴하다. 때문에 영세한 쌀가공업체는 정부의 저가공급물량 쌀에 대부분 의존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한때 정부 곳간에 140만톤까지 쌓아뒀던 정부미가 75만톤 수준으로 줄어들자 저가공급물량을 올해 대폭 줄여 8만톤을 한정적으로 공급해왔다.

이마저도 쌀가공업체의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신고되는 가공용쌀 사용량은 한해 42만톤 수준으로 이 가운데 정부가 공급하는 물량은 20~25만톤 정도다. 정부 공급 물량 중에서도 저가공급물량은 한해 8만톤으로 전체 소비되는 양의 1/5 수준이다. 저가공급물량을 지원하는 쌀 가공업체는 500여개 업체 정도다. 쌀가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저가공급물량이 내년에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공문이 심심찮게 내려왔지만 갑자기 늘어나는 원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결국 이 상황까지 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제품을 생산해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쌀막걸리의 경우 전체 제품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으로 저가로 공급되는 쌀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제품 가격은 10% 정도 올라간다. 막걸리처럼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제품은 10% 내외, 떡처럼 쌀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30%까지 원가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저가공급물량 쌀은 내년이면 완전히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가공급물량 정책은 2008년, 2009년 풍작으로 넘쳐나는 쌀을 감당할 수 없어 한시적으로 시행된 정책이다"며 "기획재정부는 정부 재고미가 72만톤으로 적정수준으로 내려온 만큼 내년부터 저가 공급을 중단하라는 입장이고 영세한 쌀가공업체를 위해 농식품부는 2015년까지 공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쌀가공업체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쌀가공업체 관계자는 "2008년에는 쌀떡볶이, 쌀면, 쌀과자, 막걸리 등 쌀을 이용한 제품생산을 독려해 기껏 참여했더니 불과 4년만에 정부지원이 중단될 방침이라고 알려와 막막하다"며 "결국 수입쌀을 사용하거나 밀가루를 사용했던 업체들만 아무런 고민없이 자사 방침대로 제품을 생산하고 정부 정책에 응했던 업체들만 속앓이를 하는 현 상황이 아이러니할 뿐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안으로 가공업체 스스로 계약재배를 통해 원가부담을 줄이거나, 프리미엄 이미지로 승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김창기 팀장은 "가공업체와 쌀농가와가 계약재배를 하면 시중유통가격보다 10~15%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저가공급물량보다는 1kg당 1300원가량 더 비싸기 때문에 결국은 프리미엄 이미지로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업체는 국내산 쌀을 사용해 질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가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주기 위한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