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취소했다"…기아 EV9 '2천만원' 할인대란에 펄쩍펄쩍

생산량 소화 등 위해 대폭 할인…1억 가깝던 문턱 낮아지며 수요 늘어
사전계약 등으로 먼저 산 고객, 추가 서비스 등 요구하며 반발도

기아가 'The Kia EV9'. (현대차·기아 커뮤니케이션센터 제공) 2023.6.18/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기아(000270)가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 판매량 문제로 대폭 할인을 진행했다. 가격 때문에 접근을 못 하던 예비 구매자들은 크게 반기고 있지만, 기존 구매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생산 월별로 EV9 재고분을 할인 판매했다. 한 전기차 관련 커뮤니티에선 EV9 2WD 어스 7인승 모델을 최대 2620만원 할인받았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5~6월 생산 재고물량을 900만원 할인했고, 판촉차 할인, 보조금 지원 할인 등을 더했다. 기본 가격 8233만원인 차량을 약 5480만원에 구매했다.

EV9은 올해 기아의 대표 전략 차종으로 E-GMP 플랫폼 기반의 첫 대형 전기차지만, 옵션을 더하면 1억원에 가까운 높은 가격 문턱으로 국내에서는 기대만큼 판매량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EV9은 1~10월 2만1216대 생산됐지만, 같은 기간 국내 판매는 4989대에 그쳤다.

연말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일찌감치 수출을 진행하고 있어, 누적 수출량은 1만2216대에 이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4000대 가량의 물량이 재고 물량으로 쌓여 있다. 기아가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간 이유다.

전기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EV9 할인에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다른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예비 소비자들은 "아직도 할인이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이 기회다"며 EV9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모델Y 취소하고 EV9으로 갔다"는 후기도 보였다.

EV9이 가격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패밀리카 목적의 큰 차종을 선호하는 국내 수요는 상당하다. 아울러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히는 북미, 유럽, 세계 올해의 차 후보에 연이어 오르는 등 차량 자체는 빠지는 게 없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아쉬웠던 가격마저 낮췄으니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존 구매자들이다. EV9 출시 초기에 구매한 사람들은 "사전계약으로 구매했더니 뒤통수를 맞았다"고 반발한다. EV9의 사전계약은 8영업일 만에 1만대를 넘긴 바 있다.

자동차 구매는 차량의 성능과 디자인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히지만, '자산'의 의미로 중고차 감가 폭 역시 중요하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차는 중고차 물량이 부족해 높은 중고 가격이 유지되지만, EV9처럼 대폭의 할인이 적용되면서 신차가 중고차보다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EV9 할인판매 관련 기존 정상가격 구매 소비자들이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구독서비스 무상 증정 △충전 요금 지원 △보증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각에선 대부분 공산품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일찍 정상가격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은, 그 시차에 해당하는 기간에 제품의 기능을 향유하는 장점을 누리려는 것이라는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할인을 크게 받은 소비자들은 원하는 조건과 사양을 포기하고 남아 있는 물량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의 구매 행위에 따른 이해득실을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