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보험은 쾌락을 보장하지 않는다”[영화in 보험산책]

영화 ‘어나더 라운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는 네 친구 이야기

'어나더 라운드'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노르웨이 심리학자이자 의사 ‘핀 스코르데루’의 가설에서 시작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뮤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중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핀 스코르데루’ 가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르틴이 가장 먼저 직접 실험에 나섰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인기 없던 그의 수업에 웃음이 넘치기 시작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활기가 생겼다. 이후 남은 3명의 친구들도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알코올농도 유지할 것’과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규칙을 세우고 실험에 동참한다. 이들이 밝혀내고자 한 것은 ‘과연 술이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였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였던 이들이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서 지루했던 수업은 활력을 찾았고, 위태로웠던 결혼 관계가 개선됐다. 만족스러운 실험 결과를 얻은 이들은 규칙을 어기고 음주량을 점점 늘려갔다.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뮤가 알코올 농도 0.1% 만취 상태에 돌입하자 통제와 절제에서 벗어나 무거운 책임감과 걱정을 잊어버리고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찾게 된다. 동시에 과음으로 인한 이들의 행동과 언어는 사회의 비난으로 돌아오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실험을 이어갔던 심리학 교사 톰뮤는 알코올 중독으로 학교에서 해고되고 바다에 빠져 숨지게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중독이었던 톰뮤와 나머지 세 친구들에 대해 보험은 어디까지 보장할까. 실손보험 약관에서 알코올중독은 보장하는 않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질병으로 정신 및 행동장애 항목 중 알코올성 정신장애는 정신활성 물질의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알코올성 정신장애는 과도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여 내성이나 의존이 생기는 알코올 사용장애와 알코올로 인해 인지기능이나 기분, 수면, 정신병적 증상 등이 생기는 알코올 유도성 정신장애를 뜻한다.

하지만 알코올중독 입원비에 대해서는 국가지정병원에서 급여로 처리할 경우 3세대·4세대 실손보험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있어 실비처리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정신질환을 일체 보장하지 않는 1세대·2세대 실손보험은 예외다.

또 바다에 빠져 죽은 톰뮤의 경우, 알코올 중독이 아닌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4명의 친구들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딪히고 넘어져서 다친 골절, 타박상에 대한 치료는 실손보험 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당연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면책사항이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가설로 시작된 4명의 친구들의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은 ‘쾌락’이라는 암초를 만나 실패로 돌아간다. 약간의 술은 인간에게 활력과 창의력을 주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술이 주는 쾌락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의 최고의 순간은 덴마크 트리오 ‘Scarlet Pleasure’의 OST ‘What A Life’와 함께 영화 속 마르틴으로 등장하는 댄서 출신 배우 ‘매즈 미켈슨’이 춤추는 마지막 장면이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애주가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