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로 시작한 IPO 시장, 하반기 '-30%' 혹한기로[2024 핫종목 결산]⑥

올해 77개사 시장 입성…연초 3곳 '따따블' 기록한 뒤 내리막
신뢰 하락·증시 부진에 관심 떨어져…내년 빅딜에 분위기 반전 '기대'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김정현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웃으며 시작했다 울면서 끝났다. 상반기에는 공모주 열기가 지속되며 증시 입성 첫날부터 '따블·따따블'(공모가 2배·3배) 성공 사례가 이어졌지만, 하반기에는 증시 부진과 함께 공모주 시장도 얼어붙으며 상장 당일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새내기주 잔혹사'가 시작됐다.

28일 IR큐더스가 집계한 '2024년 IPO 시장 현황 결산'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은 77개 회사로 전년(83개사) 대비 7% 줄었다. 코스피에선 7개사, 코스닥에선 70개사가 신규 상장했다.

상반기까진 지난해부터 계속된 공모주 투자 '불패' 분위기가 유지됐다. 1~6월 상장 기업 29곳은 전원 수요예측에서부터 공모가 상단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첫 IPO 기업이었던 우진엔텍(457550)은 상장 첫날 장 시작 직후 공모가 대비 300% 오른 2만 1200원으로 직행, 그대로 마감했다. 현대힘스(460930)도 따따블에 성공했다. 포스뱅크(105760)도 증시 입성 당일 '따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 8월 상장한 아이스크림미디어(461300)는 올해 상장 기업 중 처음으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확정했다. 10월 상장한 루미르(474170)는 희망밴드보다 낮은 값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며 12월 연말엔 상장 기업 7곳 중 5곳의 공모가가 희망밴드에 미달됐다.

같은 기간 상장 당일 성적도 내리막을 걸었다. '새내기주 잔혹사' 기미가 고개를 든 건 지난 7월부터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20.44%)를 시작으로 수익률 마이너스 종목들이 줄줄이 딸려나왔다. 지난달 상장한 에이럭스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8.25% 하락했다. 이외 토모큐브(475960), 노머스(473980), 닷밀(464580) 등도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30% 이상 내렸다.

시장 냉각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해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에 이어, 올해는 이노그리드가 투자자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드러나 상장 승인이 취소됐다. 국내 증시 부진까지 겹치며 시장 한파는 더욱 심화됐다. 기대 수익률 하락에 공모가 과대 산정 논란이 불거지고, 투자심리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대어(大魚)가 사라진 시장 분위기도 투자심리 냉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신규 상장기업 총 77개사 중 공모규모 500억 원 미만은 80% 수준인 총 62개사로 집계됐다. 공모 규모 100억 원 미만도 3곳 있었다. 조(兆) 단위 공모 규모로 투자자들 기대를 모았던 높았던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이 상장을 미루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강화했다.

다만 내년엔 LG CNS를 공모 규모 1조 원이 넘는 대형 IPO가 잇달아 예정돼 분위기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DN솔루션즈,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같은 빅딜도 잇따른다. 금융감독원이 제2의 '파투사태'를 막기 위해 주관 증권사 전수 점검에 나서고, 감독 강화 방안도 추진 중이라 투자자 신뢰 회복도 기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초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공모가 적정성 논란 커지고 있어 양질의 시장을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적정 공모가 형성으로 과도한 단기 차익을 없애 이를 추구하는 투자자 참여 유인을 줄이고, 불필요한 주가 변동성을 낮출 수 있도록 유통제한주식수 등 공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