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계엄 사태로 증시 불안…'10조 증안펀드' 구원투수 등판할까

증권가 "글로벌 증시比 상대강도 23년 만에 최저 수준…투입 가능"
"불안 해소·투심 개선…반등 이후 뒤늦은 투입은 외인 좋은 일만"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탄핵 정국 장기화 가능성에 증시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 투입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급락하던 장은 하루 만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 불확실성에 언제든 다시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황이다. 기관 자금이 증시 하방을 받치고 있는 가운데 증안펀드 투입으로 증시가 안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필요시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아직 증안펀드가 실제 집행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안펀드는 투자관리위원회에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집행하며 자금 투입의 실효를 위해 사전 공개는 하지 않고 사후에 집행 여부를 알린다. 증시 상승을 위한 자금 집행이 아니라 하락을 막기 위한 '안전판' 역할로 통상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등 대형주 위주의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증안펀드는 1990년, 2003년, 2008년, 2020년, 2022년 총 다섯 차례 조성됐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경우에만 집행됐고 2020년과 2022년에는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 지난 2022년엔 2200선이 붕괴되며 증안펀드가 다시 등장했지만, 조성에만 그쳤다. 2000~2100 수준까지 코스피 지수가 폭락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2200선에서 지수 하락이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엔 증안펀드가 실제로 투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들어 코스피·코스닥이 상승 전환했지만, 초유의 계엄 사태로 불거진 정치 불확실성이 가열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증시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증안펀드가 집행된다면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 등을 근거로 투입할 수 있단 조건을 제시하는데, 그만큼 불안해질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높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16년 만에 실제로 투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 강도는 거의 23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짚었다.

최근 기관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증안펀드가 선제적으로 힘을 보탤 필요성도 거론된다. 규모가 증시를 끌어올릴 만큼 크진 않지만,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의 절대 금액 규모보다는 당국이 한국 금융시장 약세를 관찰하고 있다는 신호 효과로서 유의미하다"며 "일시적인 심리적 불안감 해소 및 변동성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중호 LS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 투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외국인 이탈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센터장도 "규모상 증시의 획기적 반등을 꾀하긴 부족한 감이 있으나 투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대응도 강조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제와 같이 개인이 공포에 파는 장세가 나타날 때 투입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며 "증시 반등한 이후에 늦게서야 투입이 결정돼 증시를 받쳐 올리면 외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에만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