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엔 '연기금 지원' 중요하다는데…'국장' 외면하는 연기금

2월 밸류업 발표 이후 1.3조원 팔아…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도↓
일본 밸류업선 GPIF 역할…'밸류업 지수' 구성에 유인 없다 지적도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36p(1.34%) 하락한 2,596.32, 코스닥 지수는 8.05p(1.05%) 하락한 759.30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4.9.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공개됐으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연기금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연기금의 국내 증시 순매도가 이어진 데다,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지적도 나오면서 밸류업 지수에 연기금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난 2월26일 이후 지난 25일까지 총 1조 1317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간 정부가 '밸류업'을 위해 연기금의 지원을 요청해왔으나 연기금은 오히려 국내증시를 떠났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의 비중을 줄여왔다. 국민연금이 매년 내놓는 중기 자산배분안의 목표 비중을 비교해 보면 2023년 말 국내주식 비중 16.3%에서 2025년말 국내주식 비중은 14.9%로 줄었다. 반면 해외주식 비중은 같은 목표 기간 30.3%에서 35.9%로 늘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2024년 6월말 기준 포트폴리오를 보면 국내주식은 13.8%에 그쳤지만 해외주식 비중은 34.1%였다.

상반기 미국 기술주 위주 상승과 환율 호재로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에서 수익률을 더 낸 만큼, 연기금으로서는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기금수익률은 10%에 육박했는데, 자산별로 따져보면 해외주식이 20.47%로 가장 높았다. 국내주식은 8.61%로 해외주식 수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에서도 "지수의 성공, 밸류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연기금 참여가 많이 필요하다"(이부연 한국거래소 경영본부장보)며 연기금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공적연금인 GPIF는 자국 증시의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밸류업을 통한 증시 부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GPIF의 일본 주식 투자 비중은 2010년 11.5%에서 2023년 24.7%로 늘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밸류업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연기금이 참여할 유인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것은 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위주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국내 기관들이 있을지 여부"라며 "고평가 종목 매수의 핵심은 해당 국가 및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 담보이며, 이에 더해 밸류업 지수 종목군의 최근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코스피 200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저평가를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밸류업 지수를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될 수 있도록 활용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만큼, 향후 국민연금이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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