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쏘아올린 '저PBR 찾기 운동'…증시하락에도 車·금융·유통주 '들썩'

정부 차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정책 수혜 기대 커져
앞서 저PBR 개선 정책 추진한 日…증시 활황에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제공)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추진 움직임에 시가 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은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들썩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은행(006220)은 지난달 31일 전일 종가 대비 2950원(29.92%)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제주은행 주가가 12000원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 7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제주은행 외에도 기업은행(024110) 3.99%, 하나금융지주(086790) 3.24%, 우리금융지주(316140) 2.89%, 신한지주(055550) 2.25%, KB금융(105560) 1.25% 등 은행·금융지주 관련 주는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은행주뿐만이 아니다. 미 FOMC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생명보험(4.29%), 손해보험(3.55%), 자동차(3.24%), 은행(2.04%) 등의 업종들이 강세를 보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 서 발언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31일 국내증시 하락에도 은행·보험·자동차 업종 강세…공통점은 '저(低)PBR'

전ℓ날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은 대표적인 저PBR(Price Book Value Ratio) 업종이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의 시가총액과 회사의 자산 수준이 동일하면 PBR 값은 1배가 된다. PBR 값이 1보다 작은 경우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으로,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뜻이다. 31일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PBR은 0.91배다.

최근 정부는 이같은 저PBR을 해결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비율(ROE) 등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앞서 '저PBR주 개선'을 적극 추진해 증시 호황을 이끈 바 있다. ⓒ AFP=뉴스1

◇정부 저PBR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추진…관련 종목 기대감↑

이번 정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시행한 저PBR주 개선 방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일본 상장기업중 PBR이 낮은 기업에 올해 1, 3월 중 저평가 요인 분석 및 경영개선방안 공개 및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며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 일본 증시 활황에는 이 저PBR 개선 정책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저PBR 개선에 나선 만큼, 저PBR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거라는 기대감에 해당 종목에 투심이 몰리는 모양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저PBR 찾기 운동'이라고 지칭하며 "지난 한 주간 코스피는 0.8% 상승했는데, 업종별로 자동차, 상사·자본재, 은행 보험, 철강, 증권 등 저PBR 업종의 뚜렷한 강세가 전개됐다"며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방침에 수급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2포인트(0.07%)하락한 2,497.09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62포인트(2.40%)하락한 799.24에, 원달러환율은 5.20원 상승한 1,33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4.1.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증권가 "정책 영향 지속…저PBR 기업중에도 종목 잘 선별해야"

앞서 이전 문재인 정권에서도 뉴딜정책 수혜주, 필승코리아펀드 관련 종목들이 정책 수혜주로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증권가에서도 저PBR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영향은 국내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전날 증시 하락을 방어한 주체는 금융투자, 연기금 중심 기관으로 금융투자는 금융을 334억원 순매수 했고, 연기금도 금융, 유통을 중심으로 210억원을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은 중국 주식시장 부진 영향에 패시브 위주로 자금 유출을 겪었으나,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정책에 우호적으로 반응한 셈"이라며 "정책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유보해둔 자금을 활용해 주주환원을 늘리고 ROE를 높여 PBR 1배 미만을 탈출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이미 디레이팅을 시도중인 기업, 비유동자산 비율이 낮고 유동비율이 높으며, 자본잉여금이 잉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만약 정책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뜯어고쳐 싼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마저 없애려는 강한 수준이라면, 자본잉여금과 비유동자산이 많거나 유동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관심에 둘 법 하다"고 추천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