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차거래 연장 금지 땐 오히려 개인투자자 불리"

한국거래소 "대주 재원 마련 어려워져 '90일+연장' 안 돼"…유관기관 의견
"대차 담보 비율 인상 시 국내 기관투자자 외국인보다 불리 "

한국거래소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공매도 대차 거래 연장을 금지할 경우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대주 서비스가 현행보다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거래소는 27일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대차거래의 연장을 금지하고 상환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유관기관은 다음의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대차거래 연장 제한 시 개인투자자의 대주 서비스도 현행보다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해 제공되는 대주 물량은 증권금융이 대차 등을 통해 빌린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만약 대차거래의 연장을 제한할 경우에는 증권금융이 대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주식을 차입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해 대주 서비스에 대해서도 현행 '90일+연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차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전체 대차거래에서 공매도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말 기준 주식 대차 규모는 78조원이나 국내 공매도 잔고 금액은 16조원이었다. 대차 상환기간 연장을 제한할 경우, 공매도와 무관한 약 62조원 규모의 대차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할 수 있다는 것이 유관기관 설명이다. 예컨대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을 위한 대차거래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상환기간마다 대차 상환 후 재 대차 과정에서 ETF의 원활한 거래가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또한, 통상 기관은 차입 목적에 따라 대차로 빌린 주식을 구분 관리하지 않고 있어, 상환기간 제한을 위해 '공매도 목적 주식 대차'를 구분 관리하도록 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지나치게 괴리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차거래는 국제대차거래 표준계약서에 따라 국제적으로 유사한 조건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상환기간이나 연장에 대한 제한이 없고, 대신 중도상환의무(리콜)를 두고 있다. 대만만 18개월 수준으로 제한한다.

유관기관들은 대차 담보 비율을 현행 대주 담보 비율 수준인 120%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또한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담보 비율은 담보 할인 평가 등과 관련해 주식 대차뿐만 아니라 131조원 규모의 채권 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담보 부담은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 전반의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보다 불리해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매도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경우 대차거래가 통상 역외에서 이루어져 담보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 법률로 담보 비율을 정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예탁원이 글로벌 관행에 따라 담보 비율을 105%로 적용하고 있는데, 예탁원의 담보 비율만 인상할 경우 예탁원의 담보 관리를 주로 활용하는 국내 기관에 대해서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seunghee@news1.kr